정치가 '주인없는 회사' 만든다
정치가 '주인없는 회사' 만든다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10.07 2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19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오는 24일까지 20일간 여야가 정부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하게 된다.

때문인지 문제점을 꼬집는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감에 나서는 국회의원들이 각 부처에 요구한 자료들이다.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중에 언뜻 눈에 띄는게 있다.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유심히 살펴봤다. 그래도 이해할 수 없다. 상식적인 사고로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공기업에 대한 얘기다. 공기업 부채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인데 공기업 부채가 2008년 200조9000억원에서 2009년 238조7000억원, 2010년 291조8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329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는 것.

그런데도 공기업 사장들의 연봉은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한석탄공사 사장의 연봉은 연평균 13.36%가 올랐다. 1억56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1억7438만원이 됐다.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1억5525만원에서 2억3756만원으로 뛰었다. 연평균 부산항만공사가 8.62%,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7.94%, 한국마사회는 7.76%가 각각 인상되는 등 대부분 공기업 임원의 연봉이 올랐다.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채가 늘어나는데 사장의 연봉은 점점 높아진다는 기형적인 경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왜일까. 곰곰히 생각해 봤다.

흔히 공기업을 '주인없는 회사'라고 부른다.

'주인없는 회사'이기 때문에 부채 및 경영상태와 무관하게 연봉이 인산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같은 기현상은 정치가 그렇게 만들었으며, 정권이 바뀔때마다 악순환되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얼마전 전경련이 국내외 사례를 통해 가족지배기업과 일반기업의 매출액 신장률과 주가상승률, 고용창출율을 발표한바 있다. 말할것도 없이 가족지배기업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가족지배기업인 삼성, 현대차, LG 등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대주주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이른바 '주인없는 회사'로 불리는 포스코, KT 등의 글로벌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좋은 예이다.

"정권이 바뀌면 끝인데 연봉이나 챙기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어차피 정권이 바뀌면 그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물이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단하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점을 감안하면 틀린 논리는 아니다.

'주인없는 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경영에 어려움이 많다는 호소는 정권 초기면 공기업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 처럼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권이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공기업의 인사권은 국민을 대리하는 정부가 쥐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정치권력이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권을 쟁취한 권력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마치 전리품을 나눠주듯 공기업에 심는다. 능력과 전문성은 따지지도 않고 그렇게 한다. 이런 현실에서 자신의 연봉만 챙기려는 CEO만 나무랄 수도 없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에 다른 색깔의 CEO가 자리한다면 그 회사는 일관성을 잃고 정체성마저 흔들리게 된다. 물론 장기적인 경영플랜과 프로젝트도 헛일이 될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 10위권 운운하는 경제대국이다. 경제대국의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거리가 먼 행태다. 더 이상은 안된다. 공기업에 실질적인 독립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이 시간에도 국민들에게 한표를 호소하고 있는 대선후보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얘기다. 이제는 이런 짓거리 제발 하지 말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