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웃음
슬픈 웃음
  • 정규영 <청주 중앙동>
  • 승인 2012.09.1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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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규영 <청주 중앙동>

웃음이 즐거움을 내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어느 희극인을 보며 느꼈다.

'웃음이 저렇게 슬플 수도 있구나'하는 역설에 눈물이 났다.

한 개인의 인생사에 희노애락이 없겠냐마는 꾸미지 않은 그의 진솔한 얘기에 감동이 더 해져, 슬픔이 배가 되었다.

유명세와 함께 찾아 온 모든 여유로움이 불행 끝, 행복 시작일 거라는 생각과 달리 아내의 병마와 아들의 장애, 너무도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고 아픈 아내에게 지쳐 화를 내고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는 그의 말.

이렇듯 사랑은 모든 역경을 이겨 낼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면서 가장 강력한 힘이다.

요즘 우리 세태를 보면 조금만 힘이 들어도 세상의 온갖 불행이 나만을 향한 것 마냥 금세 삶을 포기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10대는 10대대로, 20대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데 있어 실패의 짊으로 인해, 30~40대는 성공이라는 발판에서 미끌어지는 낙오로 인해 그리고 고령자들은 몸에 깃든 병마와 외로움으로 인해 삶을 놓고자 한다. 하지만 걱정 하나 없는 것처럼 부와 명예를 누리는 자들 또한 나름대로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근심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항상 즐겁게 웃던 그 역시 그렇지 않은가.

그의 웃음으로 우리는 웃었지만 그 뒤에 가려진 슬픔은 보이지 않았다.

마음 놓고 울 수도 없는 공인이기에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그에 비하면 우리는 실컷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다만, 내 부모, 내 남편, 아내, 내 자식 그리고 내 친구들이 환하게 웃음 짓는 게 웃음 만이 아님을 직시했음 싶다.

슬픈 웃음을 짓고 있는 건 아닌지 관심을 가져야겠다. 보이는 대로 보고 나만 아니면 된다 하는 이기적 생각을 조금은 놓았으면 싶다.

또 인생에 있어 내리막길도 있고, 오르막길도 있음을 알았으면 싶다.

항상 그 길을 가는 데는 사랑하는 가족이 이끌어 주고 손 잡아주고 있음도 알았으면 싶다.

오늘도 텔레비전 속에서 환하게 슬픈 웃음을 짓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의 웃음이 슬픔임을 알기에 가슴 찡하다. 곧 가족의 사랑이라는 밧줄을 잡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그를 텔레비전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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