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면 불편한 것인가
둘이면 불편한 것인가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09.02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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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60대 후반의 아내가 여고 동창회에 갔다와서 남편에게 투덜거렸다.

남편은 동창모임에 잘갔다와서 왜 내게 짜증을 내나 싶어 물었다.

무엇이 아내의 심기를 흐려놨는가 궁금했다. 퇴직해서야 자신이 젊은시절 직장 일에 몰두하는 동안 아내가 때론 외롭기도 했겠다 싶어 남은 인생이나마 최선을 다해 아내 위주의 황혼을 보내야겠다고 작심한터라 아내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야할 것 같았던 것이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의외여서 놀랐다.

아내 왈 "참석한 여고 동창생 중 남편이 생존해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는 것이었다.

다른 동창생들은 남편이 없어 자유롭게 황혼을 보내고 있는데 자신만 아직까지도 남편에게 얽매여 있다는 불만이었던 것이다.

물론 우스갯소리다.

그렇지만 노년을 보내는 작금의 노부부들에게는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

요즘 종편 MBN에서 방영하고 있는 실버판 '짝'이 첫 방송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마지막 파트너 도전' 의 줄임말인 '마파도'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인데 마지막 사랑을 꿈꾸는 60세 이상의 싱글 남녀 10명이 자신의 파트너를 찾는 과정을 담은 러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기존 커플매칭 프로그램인 SBS '짝', JTBC '꽃탕' 등과 설정은 비슷하지만 싱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내레이션으로 진행하기보다 MC를 투입해 자칫 진부하고 지루할 수 있는 커플매칭을 보다 즐겁고 유쾌하게 이끌어 가는 것도 색다르다.

인생의 황혼기에 찾는 사랑의 긴장과 설렘, 노인들의 진솔한 삶 이야기 등 나이만 들었을 뿐 여느 젊은이들보다 더욱 열정적인 노년의 사랑찾기 미팅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60대 이상, 실버 싱글 남녀들의 사랑에 대한 순수함과 열정, 그들만의 색다른 사랑법도 이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다.

제작진은 첫 녹화에서 자신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모인 10명의 출연자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호칭조차 거부할 정도로 젊게 사는 시니어들이며, 사랑을 쟁취하려는 열정은 젊은이들보다 더 솔직하고 패기넘쳤다고 한 언론을 통해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전했다.

노년에도 사랑을 받고 주고 싶어 하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노인들이 무슨 사랑타령이냐"는 편견을 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같은 실버 세대의 로맨스를 보면서 젊은 세대들도 느끼는 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한가지 불만이 있다.

싱글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고 동창모임에 갔다온 아내가 아직도 남편이 있다는 것에 행복해 하기보다는 불만인것도 싱글이 아니라는데 있다.

노년에 둘이면 불편한 것인가.

얼마전 충북 옥천에서 노부부 2쌍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장성한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시골에 남아 살던 노부부들이 외로움과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황혼 동반자살을 택한 것이다. 부부가 같은 길을 택한 것이다. 둘이어서 힘들었던 것인가. 정녕 노년의 둘은 힘겨운 것인가. 짝은 하나가 아닌 둘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하나보다 둘이 행복하다는 것은 보편적인 진리다.

일본의 츠바타 슈이치·츠바타 히데코가 함께 쓴 책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는 88세와 85세 노부부의 전원생활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렸다.

이 책에는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냐는 정형화된 답은 없다. 그렇지만 어떤 모습으로 사느냐에 대한 고민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전해준다.

하나인가 둘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황혼의 삶을 산다면 그 자체가 행복이라는 것이다.

둘이었던 옥천의 노부부들은 그 순간 불행했을까, 행복했을까. 누구도 모를일이다. 그들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가를 아는 그들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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