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충북119 재난대처 나몰라라
청주시·충북119 재난대처 나몰라라
  • 오태경 기자
  • 승인 2012.08.3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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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등 태풍비상 불구
파손위험 간판 시민신고

"남의 일" 떠넘기기 급급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재난에 안일하게 대처하는 충북119와 청주시청이 시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초대형 태풍 볼라벤에 이어 제14호 태풍 '덴빈(TEMBIN)'까지 북상하면서 2차 피해가 우려되던 30일 충북119와 청주시가 시민의 다급한 신고를 외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작은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만약의 경우 인명사고까지 갈 수 있는 사례다.

30일 오후 14호 태풍 '덴빈'의 영향으로 청주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마침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의 한 풋살장 옆을 지나던 A씨(33)는 그곳의 한 음식점 대형간판이 강한 비바람에 파손돼 떨어질 듯 흔들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간판이 바람에 날려 떨어질 경우 지나는 시민의 생명도 앗아갈 수 있겠다고 판단한 A씨는 곧바로 119에 전화를 걸어 위치와 상황에 대해 신고했다.

하지만 A씨에게는 "그런 문제는 시에서 담당하고 있으니 시청으로 전화하라"는 어이없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따지고만 있을 순 없었다.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도 있고 자동차도 운행되고 있어 자칫 간판이 떨어질 경우 사람이나 차에 피해가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다시 시청에 전화를 걸었다.

시청 담당부서의 답변은 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니 그런 문제는 간판을 제작한 곳에다 전화해서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었다.

무책임한 답변에 화가난 A씨는 "지금 상황이 급하고 위험해 전화를 한 것 아니냐. 119에 전화하니까 시청이 담당한다고 해서 전화 한건데 일단 어느곳 담당인지 따지기 전에 우선 조치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따졌다.

그러자 담당 직원은 "시청에는 그런일을 처리할 수 있는 장비도 없고 원래 그런일은 간판 만든 곳에서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니 그곳에 전화하라"는 똑같은 답변만 되풀이 했다.

A씨가 더 황당했던 것은 "난 음식점 주인이 아니어서 간판을 어디서 제작했는지 모른다"고 하자 "그럼 그 음식점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는 점이다.

A씨는 "담당 직원의 태도를 보니 현장에 나가 조치를 취할 생각은 안하고 식당에 전화해 치우라고 할 분위기였다"며 "통화하는 내내 관심없고 귀찮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로 시청에 두번 전화를 했는데 첫번째 통화에서 위치와 상황에 대해서 다 설명했는데도 두번째 통화에서 위치를 다시 물어보더라"며 "처음 통화에서 위치를 말해줄 땐 메모도 하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어이없어 했다. 또한 "내가 보기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 다급해서 신고한 것인데 119와 시청이 이런식으로 응대를 하는 것에 분통이 터진다"며 "태풍 볼라벤에 이어 덴빈으로 전국이 비상인 상황인데도 공직자들의 이같은 안일한 태도로 봐 말로만 재난대처를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청주에는 간판이 떨어져 나가 인명 피해가 우려될 정도의 최대순간풍속 15m/s의 강풍이 몰아쳤다.

제14호 태풍 '덴빈'이 한반도를 휩쓸고 있는 30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 한 음식점 간판이 강한 비바람에 반으로 갈라진 채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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