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 인상이라… 피를 토하는 민초들이 두렵지 않은가
의정비 인상이라… 피를 토하는 민초들이 두렵지 않은가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2.08.2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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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벤이 남긴 상처로 온 국민이 신음하던 어제(29일), 충북도민들은 귀가 의심스러운 또 다른 뉴스에 어안이 벙벙했다.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가 의정비를 인상키 위한 공론화를 본격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려다 여론의 된서리를 맞고 철회했던 충북도의회가 우선 작심하고 나선 듯하다.

이미 5년이나 동결된데다 오는 2014년 지방선거를 감안할 경우 이번에도 못하게 되면 자칫 8년을 배고픔(?)에 허덕일 것이라고 볼멘소리다. 충북도의회는 현재 시·군의회로부터도 의정비 인상과 관련, 모종의 '총대역할'을 요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반기 출범 후 감투싸움에다 여성의원 비하논란으로 허송세월을 보내는 바람에 "그동안 한 일이 뭐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청주시의회 역시 이미 내부적으로는 인상방침을 확정하고 다른 지자체의 추이를 살핀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충남도의회는 최근의 어려운 경제여건과 청년실업 등을 감안, 내년도 의정비를 동결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꼭 다른 지자체의 상황에 빗대지 않더라도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의 의정비 인상방침은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결코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당장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인상계획이 무산될 적마다 늘 이런 이유가 달렸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주변의 경제여건을 보면 오히려 의정비를 깎아야 할 판이니 말이다. 자영업자와 농민들은 죽는다고 아우성이고 산업현장에선 비정규직과 알바들만 넘쳐난다.

물가상승을 고려해 의정비 인상을 고민한다지만 관내 농민들이 1년 내내 매달리며 애써 가꾸는 농산물 가격은 툭하면 10년전보다도 떨어지고 어느땐 아예 그냥 내버려지기 일쑤다. 시중의 착한 업소 중엔 8년이 아니라 20년이 다 되도록 똑같은 가격으로 건강하게 유지되는 경우도 많다.

오로지 금전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해도 의정비 인상은 너무 염치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회적 통념이나 상식으로 봐도 현재 충북도의원과 청주시의원이 받는 의정비 수준, 즉 연간 4968만원과 4059만원(의정활동비+월정수당)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이 정도는 어지간한 회사나 기업의 임원급에 해당된다. 여기에다 무슨 연찬회니 해외연수니 할 때마다 지원되는 금액까지 합치면 사정은 더하지 않겠는가.

이만한 금액을 만약 시민운동 활동가가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억지 논리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업무와 노동의 강도를 한번 냉정하게 따져 보자는 취지다. 역할로만 치자면 시민운동가들은 그 두 배의 급여를 받아도 괜찮을 것이다.

그 어떤 명분을 들이댄다고 하더라도 당초 지방의회 의원의 존립취지는 무보수 명예직이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비록 법적 유급제를 인정받고는 있지만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에 대해선 마지막까지 이점에 귀착한 견제와 비판을 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불필요한 권위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졸지에 엄청난 태풍 피해로 관내 시민과 농민들이 피를 토하는 지금, 청주시장과 청주시의원들은 몽골과 유럽을 순회하느라 정신없다. 그들이 그렇게 강변하는 외국과의 신뢰와 약속이 과연 청주시민들의 삶의 질을 얼마나 높여줄 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로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의정비를 인상하겠다고 하니 저 민초들의 눈초리가 무섭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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