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하고 조촐한 추모비가 되기를?
아담하고 조촐한 추모비가 되기를?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2.08.2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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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골 아저씨' 고(故) 김흥환씨에 대한 시민들의 애도가 남다르다.

전국이 태풍으로 난리를 겪는 중에도 그가 머물던 장소를 찾아 두손을 모으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의 친구들이 추모비 건립을 모색하는가 하면, 이시종 충북도지사도 지난 27일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일종의 기념비를 세워줄 것을 주문했다.

물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똑같은 생각이겠지만, 추모비나 기념비를 세우더라도 결코 요란하지 않게 아담하고 조촐했으면 한다.

그가 생전 우리에게 보여주고 나눠주고자 했던 것이 다름아닌 작은 정성, 작은 관심, 작은 배려였기 때문에도 그렇다. 그렇지만 이렇게 작은 것들이 지금, 많은 사람들에겐 되레 큰 감동으로 기억되며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는 상실감이 오버랩되는 것이다.

청주 시민들이 자주 찾는 등산로 중턱에서 음료수와 생수등을 팔며 그 옆에 얼음덩어리를 갖다 놓는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겠느냐만, 그러나 사람들의 느낌은 달랐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 와 차디 찬 얼음에다 손바닥과 얼굴을 비벼대며 그가 내미는 아이스께끼(?)를 입에 무는 순간, 사람들은 행복해 했다.

고인이 무려 10여년간이나 매일 힘이 부치도록 지게에 얼음을 지고 올라왔다는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마움으로 다가왔고, 간혹 그를 직접 만나 얘기라도 할라치면 친한 말동무나 동네 아저씨를 만나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의 고맙다는 인사에 그는 늘 "아이구 별것도 아닌데요 뭘.."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가정이나 성장과정 그리고 사회생활 어느것 하나 여의치 않았던 그는 본인의 말대로 '별것도 아닌 일'을 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의 죽음 앞에 주저없는 슬픔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비록 작은 것을 보여주었을 지언정 사람들은 오히려 그로부터 고마움을 넘어 감동까지 느꼈다.

소통은 바로 이런 것이다.

작은 뜻과 작은 인연이 더 세상을 움직인다고 했다. 꼭 지금의 세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도 '작은 감동'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김흥환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마지막날까지 그렇게 보여주고자 했던 그 '작은 뜻'을 오래오래 기릴 수 있도록 아담한 추모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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