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지사와 안희정 지사
이시종 지사와 안희정 지사
  • 문종극 <편집국장>
  • 승인 2012.08.1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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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요즘 충북도정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활기가 없어 보인다. 여기에는 이시종 지사의 스타일이 일조를 한다는 생각이다.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지나칠 정도의 진중함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정치인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행정의 달인이라는 닉네임이 말해주듯 전형적인 행정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혁신적인 CEO마인드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이웃 충남도정은 전례없이 활력이 넘친다. 이런 점에서 이 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비교된다. 이 지사와 안 지사는 닮은듯 닮지 않았다. 야당 도지사라는 점, 충북과 충남의 광역자치단체장이라는 점은 닮았다. 하지만 모범생으로 초·중·고교와 대학을 마치고 행정고시를 통해 관가에 발을 들여놓은 성공한 고위공무원의 전형적인 모델인 이 지사와 안 지사는 사뭇 다르다.

안 지사는 고교시절에 러시아 혁명사를 읽고 혁명에 뜻을 둔 인물이다. 그런 뜻은 고려대 내의 운동권 서클 14개를 통합한 고대 애국학생회를 조직할 정도의 확실한 좌파로 고정되게 했다. 이 때문에 그가 충남지사에 당선됐을 당시 세간에서는 최초의 개혁성향(좌파) 후보가 당선됐다며 그의 앞날을 점치기도 했다. 순탄한 도정을 펼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임기 후반기로 접어든 지금 그에 대한 우려는 기우로 변하고 있다. 무난하게 충북도정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것에 대해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이 지사와는 다르게 안 지사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게 사실이었지만 안 지사는 이 같은 우려를 보기좋게 불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이 인사안을 직접 만들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충남형 행정혁신계획', 농어업도임을 감안한 농어업·농어촌·농어업인의 중·장기적 종합발전방안인 3농혁신 정책 등 안 지사는 끊임없이 개혁과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일례로 안 지사는 충남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을 장애인으로 선임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논란과 진통을 겪은 충북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지사와의 의견충돌도 괜찮으니 소신있는 행정을 펼치라고 주문하는 등의 진정성에 직원들이 취임 초기와는 달리 의심없이 믿고 따른 다는 얘기는 충남 관가에 잘알려진 것이다. 이로인해 충남도청 분위기는 살아 꿈틀대는 활력있는 공직사회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충남형 행정혁신'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충북도정을 보면 여전히 활력을 찾기 어렵다. 행정가의 틀을 벗지 못하는 이 지사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보니 산하기관 단체장이나 사무처장 선임시마다 진통을 겪는다.

충북체육회와 장애인체육회를 비롯해 곳곳에서 불만이 터졌다. 틀에 박힌 인사 때문이다. 퇴직을 앞둔 본청 공무원의 자리 보존외에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도 되풀이 된다.

특히 이번 보건환경연구원장 내정은 심했다. 공로연수를 불과 4개월 남겨 놓은 인사를 2년 임기의 보건환경연구원장에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통상 산하기관 또는 출연기관 단체장으로 임명할 경우 공로연수 1년이 남지 않은 사람은 원칙적으로 제외해 왔던 관례를 깨면서까지 낙점했다. 더욱이 보건환경연구원은 현재 수년째 인사적체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다.

이런시기에 연구원 내부 발탁이 이뤄졌다면 적시타로 일거양득의 인사 성과를 거뒀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파격 발탁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개혁과 혁신, 그리고 파격을 이 지사에게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요인이 조직의 활력을 잃게 한다면 문제는 크다. 이번 인사로 보건환경연구원은 당분간 활력을 찾기가 어려울듯 싶다.

물론 이 지사는 장점이 많다. 능력 또한 훌륭하다. 그러나 전형적인 행정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과도한 진중함이 전체 조직의 활력을 잃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지속적인 개혁과 혁신으로 충남도정에 활력을 불어넣는 안희정 지사와 비교된다. 때론 파격적인 용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지사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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