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올 여름 능소화
그 집 담벼락에
뜨겁게 너울지더니 올 여름 능소화
비었다 그 집 담벼락에
휘 휘 넘쳐 잘도 늘어지더니 올 여름 능소화
꽃 피지 않았다 그 집 담벼락에
따라 갈래 따라 갈래 달려나가더니 올 여름 능소화
노래할 수 없는 노래 멈췄다 그 집 담벼락에
첨밀밀첨밀밀 머물다 그래그래 허물어지더니 올 여름 능소화
이제 옛일 되었다 지나가며 지나가는 그 집 담벼락에
야윈 끝순에 가을장마 무성하다
※ 여름 뙤약볕도 아랑곳 않고 능소화 활짝 피었습니다. 양반집에서나 볼 수 있었다는 능소화가 여느 집 담벼락마다 타고 올라 붉은 꽃등을 달아 놓습니다. 화사한 자태로 염천 속에서 번져나다 뚝, 통째로 스러지는 꽃. 꺾여진 순간이 아쉬워 멈춰서면 지난 기억마저 줄줄이 딸려나와 능소화 꽃빛으로 후끈해지는 여름 한 복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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