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에 떠는 충북경찰
'영장 기각'에 떠는 충북경찰
  • 송근섭 기자
  • 승인 2012.07.25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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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평가 불이익 당할까 신청 소극적
공정수사 논란·피의자 재범 우려 등도

'16.19%'

충북도내 12개 경찰서의 평균 구속영장 기각률이다. 전국 평균인 20% 초반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치이지만 구속영장 기각률과 관련해 최근 충북경찰이 때아닌 삼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구속영장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일정한 장소에 구인(拘引)하는 영장을 뜻하며 검사가 직접 청구하거나,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신청해 검사가 청구하면 관할 지방법원의 판사가 발부한다.

경찰은 대부분 범죄 중대성이나 재범 위험성 등을 사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 그러나 지난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피의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 원칙'이 명문화된 뒤 구속영장 발부율도 해마다 낮아졌다. 반대로 기각률은 높아졌다.

하지만 충북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기각률은 오히려 감소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도내 12개 경찰서 평균 18.53%였던 구속영장 기각률은 올해 6월 현재 16.19%로 2% 가량 낮아졌다. 불구속 수사 원칙을 중시하며 영장 신청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일부 경찰은 말 못할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률이 낮아지는 데는 경찰의 속앓이가 한 몫 했다는 것.

한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기각률이 해당 경찰의 성과평가에 반영돼 기각률이 높을 수록 불이익을 받는다"며 "평가 불이익을 우려한 일부 경찰들은 피의자의 재범 위험성 등과 상관없이 아예 영장 신청을 고려하지 않기도 한다"고 귀뜸했다.

구속영장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경찰이 자신의 고과를 위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따진다는 것. 이로 인해 불구속 상태의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재범을 저지를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영장 기각률이 높아질 경우 '공정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것도 경찰에겐 부담이다. 법원이 구인의 필요성이나 재범 위험성을 낮게 판단해 영장을 기각하면 영장을 신청하기까지 경찰 수사에 편파적인 부분이 있었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객관적인 검증 방법 없이 전적으로 판사가 판단하는 구속영장 발부·기각 여부가 엉뚱하게 경찰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영장이 기각된 피의자가 재범을 저지를 경우 법원 뿐만 아니라 경찰도 화를 면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21일 수원에서 40대 조선족이 전 동거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선족 이모씨(43)는 사건 발생 18일 전에 해당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판사의 기각으로 풀려났다.

지난 2월에는 청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4인조 편의점 강도 중 3명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2명만 구속됐다. 이들도 이미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경찰은 혹시 모를 재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에서도 신중하게 영장 발부·기각 여부를 따지겠지만 이로 인해 치안활동에 일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경찰 내부에서조차 영장 기각률을 놓고 고과를 따지는 것이 일선에선 더 큰 스트레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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