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을 눈물로 본 김 경위
빗물을 눈물로 본 김 경위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07.22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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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누구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울컥'했을 것이다. '울컥'하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꽃다운 나이에 내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 의해 생면부지의 땅으로 끌려가 치욕스러운 세월을 보낸 우리의 어머니요, 누님인 그들이 살아온 한많은 역경의 세월도 스쳤을 것이다. 그래서 더 코끝이 찡하면서 가슴속 저 밑에서부터 뭔가가 끓어 올라왔을 게다.

지난 주 '말뚝테러'로 수난을 당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우산을 씌워주는 경찰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누리꾼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지난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찍은 사진이라며 한 경찰관이 소녀상에 우산을 씌워주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정 박사는 "써머힐 학교의 일본인 교사와 딸, 그와 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보러 갔다. 일본 극우 인사의 테러 방지를 위해 경계를 서고 있는 경찰 한 분이 빗 속 소녀상에게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 울컥"이라는 글도 함께 남겼다.

이 사진은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그 경찰의 아름다운 모습에 대한 감탄사가 쏟아졌다.

"당신의 작은 몸짓이 이 세상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당신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경찰의 따뜻한 마음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 사진을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분이 있다면 하루빨리 일본으로 떠나라",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경찰관 모습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훈훈한 모습에 가슴이 찡하다"등등.

이를 접한 언론의 추적으로 그 주인공은 서울지방경찰청 13기동대 소속 김영래 경위(46)로 밝혀졌다.

김 경위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움푹 파인 소녀상의 눈동자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이 마치 소녀의 눈물 같았다. 손수건으로 닦은 뒤 깨끗해 보이길래, 근무하는 한 시간 동안 우산을 씌워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경위는 "애국심이 투철해서 그런 건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고 싶어서 했을 뿐인데 갑자기 이곳 저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는 등 관심이 커지자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게다. 의도적인 행위였다면 유명세를 즐기고 어떤식으로든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했을 터이다. 그래서 김 경위의 행위가 돋보이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애국이요, 사랑이라는 것을 누리꾼들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본 극우단체 회원인 스즈키 노부유키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기도 하다. 지난달 이 소녀상 옆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적힌 흰색 말뚝을 세운 개념없는 그 일본인 말이다. 그런 무례를 범하고도 일본으로 돌아가 한 공중파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주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지껄인 그 철면피에 대한 울분이기도 하다.

이에 항의해 김모씨가 자신의 차량으로 일본대사관 정문을 들이받는 일도 발생하는 등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이렇게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개념없는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에게 얼마전에 종영된 드라마 '추적자'를 보여주고 싶다. 죽임을 당한 딸의 명예만이라도 회복시키기 위해 권력에 맞서 만신창이의 사투를 벌이는 아비의 처절한 피눈물을 그린 그 드라마를 그에게 보여주고 싶다. 가능하다면 드라마 엔딩부분에 위안부 소녀상의 사연과 함께 소녀상에 우산을 씌어주고 있는 김 경위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그러면서 '스즈키 노부유키! 당신의 어미도, 누님도, 그리고 딸도 이 소녀상이 될 수 있다'라는 글을 자막으로 넣어주고 싶다.

위안부 소년상, 그 동상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눈물로 볼 수 있었던 김 경위도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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