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청주읍성' 복원이다
이제 '청주읍성' 복원이다
  • 김기원 <충북 문화재연구원사무국장·시인>
  • 승인 2012.07.2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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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기원 <충북 문화재연구원사무국장·시인>

원래 한 몸이었던 청주시와 청원군이 갈라선지 66년 만에 다시 한 몸을 이룬다. 의당 시·군민이 서로 부둥켜안고 덩실덩실 춤도 추고 밤하늘에 축포를 터트리며 환호해야 할 역사적 성취이거늘 그런 경축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다행히 통합반대 단체인 '청원지킴이'가 6·27 주민투표 과정에서 불거진 고소고발 건을 취하하고 화해의 손을 내밀어 통합 준비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분위가 형성되고 있다.

통합과정에서 노정된 갈등과 미편했던 마음들을 뜨겁게 용해시켜 줄 용광로가 있어야 한다. 그게 이벤트여도 좋고 사업이어도 좋고 축제여도 좋다. 아무튼 가랑비에 옷 젖듯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다 보면 진정으로 하나 되리니 그리했으면 한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찡한 '청주읍성'! 그 성은 단순히 여러 성 중의 하나인 성이 아니다. 청주의 역사와 혼이 담긴 그야말로 청주의 정체성을 웅변하는 성이요, 청주는 물론 국가의 흥망성쇠를 담보했던 품격 높은 성이었다. 이 지역 선조들은 청주읍성의 남문, 북문 등을 통해 생업을 유지했고 소통하며 살았다. 읍성은 지역 주민의 자존심이었고 외경의 대상이며 지역문화의 상징이었다. 이렇게 청주를 청주답게 했던 청주읍성이 일제강점기에 민족정기를 말살코자 하는 일제에 의해 무참히 해체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했는데 그렇게 사라져 버린 '청주읍성'이 우리 곁에 돌아오려 한다. 청주시의 발주로 '청주읍성 성벽구간 학술발굴조사'가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주관으로 진행되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진 않으나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대 청주시장들이 청주읍성의 복원의 필요성엔 모두 공감하면서도 많은 공사비용과 오랜 공사기간으로 인해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다행히 한범덕 청주시장이 민선5기 사업으로 이를 시책화해 그 가능성이 조금씩 열리고 있어 희망적이다. 이 사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본원의 연구원들은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복원의 기초가 되는 지표조사를 마치고 시·발굴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참으로 고마운 것은 작업현장이 시민들의 왕래가 많은 구 남궁병원에서 중앙공원 일대임에도 불구하고 통행과 생업에 불편함을 감내해 주고 계신 시민 여러분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본란을 빌어 시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청주읍성은 삼국사기, 고려사, 고려사절요를 비롯해 세종실록, 성종실록, 신동국여지승람, 대동여지 등의 계보를 이어온 참으로 자랑스러운 성이다. 금년에도 9월이면 성의 실체 없이 청주읍성 탈환 축제가 열리는데,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을 경축하고 상징하는 사업으로 청주읍성을 복원하면 성 탈환을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선조들도 기뻐서 덩실덩실 춤추리라. 국비를 최대한 확보하고 도비도 보태고 민간 주도의 청주읍성복원지원협의를 구성해 필요하면 벽돌 한 장, 기와 한 장 기부하는 시민운동이라도 전개해 연차적으로 복원하자.

하늘이 우암산과 무심천을 지역의 징표로 주었다면 청주읍성은 인간이 만든 청주의 징표다. 상상해 보라, 통합시 한가운데 현대와 고대, 과거와 미래를 비춰줄 저 장엄한 청주읍성을! 문화적 자존감과 역사적 품격이 서린 통합시의 랜드 마크가 바로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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