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는 셀프
효도는 셀프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7.1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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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벌써 이 난을 채우기 시작한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낯선 자리에 가서도 글을 잘 읽고 있다는 인사를 듣게 되었습니다. 충분한 자료 준비나 관계된 사람들의 입장을 충분하게 헤아리지 못한 채 설익은 글을 올려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자료를 찾아보고 입장을 들어보며 균형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은 이런 생각을 가다듬으며 작은도서관 독서토론 때 나눈 생활 속 가벼운 이야기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어떤 음식점에 가면 '물은 셀프'라고 되어 있는데 '물이 워터지 왜 셀프야' 라고 짜증내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손님에게 물 한 잔 정도 대접하지 못하는 음식점이 뻔하지 뭐' 라고 합니다.

요즘 '넝쿨당'이 인기입니다. 저도 한 번 보려고 했으나 한번을 보지 못했습니다. 거기 나오는 말 중에 '효도는 셀프다'는 말이 있는데 부부가 각자 자기 부모를 챙기고 배우자에게 신경 쓰지 않도록 하라는 말인가 봅니다. '퍼사'라는 말도 있다는데 '퍼펙트한 사위'라는 말이랍니다. 아무래도 생활의 중심이 처가 위주로 옮겨가는 반증입니다.

어머니에게 다녀오면 이것저것 많이 싸서 차에 실어주십니다. 얼마 후 시간이 나서 가족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하려고 냉장고를 열었습니다. 어머니가 싸주신 음식이나 야채가 상한 채 그대로 있습니다. 어머니는 먹고 싶은 것, 힘든 것 참아가며 자식 주겠다고 싸주신 것을 냉장고에서 썩혀버렸으니 죄스럽고 그런 아내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신경을 써달라고 말하자 '효도는 셀프인거 몰라' 하고 대답이 날아옵니다. 물은 셀프라고 하거나 효도는 셀프라고 하는 그 음식점 그 집안 보지 않아도 뻔하지 않을까요

또 하나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아동복지기관에는 종종 스키장이나 엑스포 입장권이 제공됩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여수엑스포 관람권을 받을 기회가 있답니다.

관람권은 복지기관에 속한 아동들에게만 한정됩니다. 관람권만 제공되니 숙박비와 교통비와 급식비를 더 마련해야 합니다. 게다가 인솔교사 입장권과 출장비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아동복지시설장은 이런 초대장이 올 때마다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랍니다. 공무원이나 예산이 충분한 기관처럼 출장비와 시간외 근무수당이 책정되어 있을리 만무합니다. 작은 시설의 100만원도 되지 않는 인건비를 받는 사회복지사들의 입장은 어디에도 고려되지 않습니다. 스키장에 초대받아 아동들을 인솔해 간 사회복지사는 아이들과 함께 스키를 타는 것이 아니라 대기실에서 하루 종일 컵라면 하나로 추위에 떨다 왔다는 서글픈 이야기를 언제까지 들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며느리도 딸이라는 말처럼 이중언어에 관한 것입니다. 어르신들은 내심과 달리 겉으로 말할 때는 반대로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를 모시고 사는 큰 아들내외에게 미안해 공기 좋은 작은 아들네로 가서 살고 싶다고 말한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막상 그 말을 믿은 자식들에 의해 작은 아들네로 가게 될 때 그런다고 한번 말리지도 않고 잡지도 않느냐고 서운해 하기도 합니다.

청주의 수암골에도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계십니다. 정책을 결정하는 입장이나 함께 어울려 사는 새로운 이웃들이나 모두 편할대로 자의적으로 어르신들의 말을 해석하고 단정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세심하게 어르신들의 진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대상을 배려하고 그 입장을 살펴보고 부부 사이나 부모나 사회적 배려의 대상에 대해 세심한 마음 씀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다음 글부터 따뜻한 사랑과 배려가 깃든 비판의 글을 쓰자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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