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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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7.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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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棺)을 봐야 누가 죽은 줄 아는가
지금 한·미 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를 놓고서 우리 정부는 기어이 체결하고자 애쓰고 있고, 우리 국민 중 '극소수' 사람들은 이를 막기 위하여 목숨을 걸다시피 적극적으로 투쟁하고 있다. 오늘 필자는 이 극소수 사람들을 제외한 우리 국민 대다수 사람들에게 묻고자 한다. 관을 봐야 누가 죽은 줄 아는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은 재화와 용역, 자본, 지적재산권 등이 국가 간에 별다른 장애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국제법적 틀을 만든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수출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그것도 미국 시장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한·미FTA는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여 아주 망조가 난 나라인 멕시코의 경우에도 FTA 체결 이후 미국자본의 투자와 대미 수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산업기반, 특히 농업과 중소 제조업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절대 빈곤층이 인구의 30% 이상으로 확대되는 등 사회의 양극화가 가속화되었다. 당연히 경제성장도 멈추고 일자리도 줄었다. 반면에 미국 대자본과 국내 극소수 대자본가들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 북미 자유무역협정의 또 다른 당사국인 캐나다의 경우도 공공 서비스와 복지예산의 대폭 축소를 강요받고 있어서 중산층의 몰락과 빈곤층 확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것이 FTA의 실상이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한·미FTA가 현재 진행 중인 협상 내용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내용으로 체결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 국민들 중에서 아무리 많이 잡아도 1% 이내의 사람들은 분명히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아도 이미 고사 위기에 내몰린 농어민은 바로 생존 기반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고, 1500만 노동자들은 실직하거나 각종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할 것이다. 약값의 대폭 인상으로 의료보험 체계가 거덜날 것이고, 국산 영화 역시 멸종할 것이다.

이미 민영화되어 있는 철도, 통신, 전력, 체신 등 국가기간산업도 철저히 자본의 논리에 굴복하게 될 것이다. 금융과 교육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로 인하여 대다수 국민들의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될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주권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주권마저 크게 위협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는 기존의 국내법상 허용되지 않는 일이지만, FTA에 의해 허용되는 것이라면 우리 국내법을 고쳐서라도 FTA를 우선해야 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한·미FTA를 제2의 을사조약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우리 국민 절대다수를 불행하게 만들고 국가주권마저 위협 받게 할 한·미FTA를 왜 우리 정부는 강행하려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하여 필자는 대충 짐작하는 바가 없지 않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할 여유는 없다. 정부를 비판하고 정부에 대하여 무언가 기대하면서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촉박하다. 현재 우리 정부는 내년 6월로 되어 있는 협상 시한을 연장하는 것도 거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대로 그냥 두면 망국의 길로 가는 한·미 FTA가 내년 7월부터 발효하게 되니 말이다.

지금 급한 일은 우리 국민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정부의 잘못된 인식 혹은 속임수를 바로잡고 걷어치우게 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웃의 관이 짜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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