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사와 간첩
현충사와 간첩
  • 박병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7.0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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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칼럼니스트>

지난주 아산 현충사를 다녀왔다.

이 충무공의 호국·애민 정신을 보다 깊게 되새겨보고자 했다. 고교 졸업 후 처음 가는 현충사 길이었지만 옛 기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갔다.

입구에 들어서자 고교 시절 1주간 합숙훈련을 받았던 충무수련원(현 충무교육원)이 주차장 좌측으로 보였다. 감회가 새로웠다.

당시 합숙훈련이 군 훈련소 생활 못지않게 힘들었고 그 추억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며 현충사 경내로 들어섰다. 입구부터 장군의 영정을 모신 현충사 사당까지 새롭게 정비된 각종 시설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특히 지난해 장군 탄신일에 문을 열었다는 '충무공 이순신기념관'은 장군을 보다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적소가 된 듯했다.

올해부터 경내입장을 무료화 한 관계기관의 조치도 잘 한 듯 생각됐다. 보다 많은 국민들이 이곳을 찾아 나라사랑하는 마음과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내 구석구석을 눈으로 가슴으로 사진으로 담으며 장군의 호국·애민정신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자 했다.

특히 기념관에 잘 정리된 한산대첩, 부산포해전, 명량해전 등 주요 해전사를 볼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 생각만 해도 자랑스러웠다. 거저 얻어진 승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나는 이순신장군의 23전 23승의 비결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핵심은 정보보안이 아닌가싶었다. 장군은 탁월한 정보감각과 직관력으로 일본의 침략을 사전 예견했다. 작전지역 현장 답사 및 연구로 남해안의 조류 등 지형특성을 사전 숙지했다. 정보원과 정탐선 투입은 물론 피난민과 포로를 이용 왜선의 규모 및 이동경로 등 왜군 상황과 지역 민심도 예의 주시했다.

수집된 피아상황 및 작전환경을 냉철하게 종합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승리를 확신하는 상황에서 전투를 벌였다.

정보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다.

우선 지피(知彼), 즉 적을 알아야 한다. 최선의 방책은 간첩을 운용하는 것이다. 숨겨진 적의 핵심정보를 수집 탐지하는데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을 보면 향간(鄕間), 내간(內間), 반간(反間), 사간(死間), 생간(生間) 등 다섯 종류의 간첩이 있다. 향간은 상대국의 주민을, 내간은 관리를 고용하는 것이다. 고정 간첩과 같다. 반간은 일종의 이중간첩으로 역정보를 흘리기에 적합하다. 사간은 배반할 가능성이 있는 간첩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 상대국에 보고토록 하기에 적합하다. 생간은 적국의 정보를 탐지 후 돌아와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간첩이다. 공통점은 모두다 상대국 내부의 주요시설 및 그 주변에서 관계자들 속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간첩의 대명사 마타하리는 프랑스 군 및 정관계 고위층의 연인이었다. 김수임은 주한미군 고위층과 동거했다. 원정화 또한 유사하다.

얼마 전 검거된 이경애는 중국에서 한국유학생 대상 민박집을 하며 남한 정보를 수집 보고했다.

간첩은 주변에 있다. 검거된 간첩들이 다 그랬다. 주변에 향간, 내간, 반간, 사간, 생간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정보만큼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명랑해전에서 13척의 함선으로 133척의 왜선을 물리친 기적 같은 승리도 열악했던 조선수군에 대한 보안이 잘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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