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무심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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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FTA 한단다.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사항을 우리 국민들은 잘 모른다. 다른 것은 홍보를 잘 하면서 그런 것은 왜 안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내용을 하는지 또, 하면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대다수 국민들은 모르고 있다. 그러니 이해할 수도 없고, 정부도 이해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사학법 개정이나 유류세 인상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철야 농성도 잘하고 목소리 높이던 의사당 높으신 분들도 절대 다수가 꿀먹은 벙어리다.

무심천 지면을 통해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하나하나가 개인적인 의견일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 땅에 사는 국민들의 심정이 담긴 민심이라고 믿었기에 그리 구구절절이 뇌까렸다. 그러나 그 많은 말들은 한갓 대답 없는 허공중에 부서진 공염불이었다. 이렇게 철저히 민심이 외면당한다고 생각하니 슬프고 슬프다. 말을 내뱉는 내 자신도 힘이 빠진다. 골방에 들어앉아 혼자 소줏잔 기울이며 중얼거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싶다.

이라크에 군대는 그대로 주둔하고, 천성산은 무너졌다. 원흥이 방죽은 메워졌다. 평택에 미군부대는 주둔하고, FTA는 진행될 것이다. 무너진 쌀값은 복구되지 않을 것이고, 세금은 계속 오를 것이다.

이 땅의 부녀자들은 밤길이 두려울 것이고, 어느 섬 한 구석 어느 외진 곳에서의 인권은 계속 짓밟힐 것이다.

이제 그만하자. -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너무 비관적인가- 아직 우리 사회에는 따뜻한 인정이 살아 있다고 말할 누군가가 있겠지. 그러나 지난해 보낸 수해 의연금은 아직 이재민에게 가지 않고 어디선가 눈 먼 돈으로 떠돌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아파트 값은 오를 것이고, 맞벌이 부부 아이는 빈집에서 갇힌 채 놀다가 죽어갈 것이다.

그래도 우리 민초들은 금을 모으라면 모았고, 월드컵 한다면 다들 붉은옷 입고 광장으로 광장으로 모여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것이 애국이니까. 애국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지친다. 짓밟힌 풀은 다시 일어난다고 하지만, 너무 자주 짓밟히다보니 눕는 것도 타성이 붙었나 보다.

40여년 전 어느 시인의 시구 한 구절이다

'풀이 눕는다/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울었다.'- 중략 -

김수영의 '풀'

이제 그만하자. 지치고 지친 풀들은 이제 바로 설 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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