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학과 폐지 유감
예술학과 폐지 유감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5.2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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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충북대학교에는 음악과 관련한 학과가 없다. 청주대학교의 한국음악학과는 몇년 전 사라졌다. 마지막 남은 서원대학교의 음악학과도 폐과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음악과 관련한 학과 외에 미술과 연극영화도 폐과되어 예술계열이 크게 축소될 운명이다.

충북대학교는 예술 관련학과가 애초 거의 없다시피 하고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던 청주대학교도 무용학과와 한국음악학과가 없어지고 통폐합되어 위축되었다.

이제 서원대의 폐과 결정으로 한국음악과 무용은 도내 대학에서 아예 배울 곳이 없어져 버린 셈이다.

전국적으로 청주는 예술적으로 성공한 도시라고 해도 좋다.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청주시립국악단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유명한 국악단이 공연하는 모습을 비교해 보시라. 아침 10시부터 저녁 공연 좌석권을 교환하려고 줄서는 모습을 보시라. 조금만 늦어도 2층 좌석밖에 남지 않는 게 청주의 현실이다. 예악당은 600석만 차도 성공이라고 한다. 전국 어느 곳도 청주만큼 열정적으로 공연장이 가득 차는 곳은 없다.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을 보면 청주를 비롯한 충북 각 지역의 문화예술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충청북도는 '2012년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에 총 52건의 사업을 공모에 참여시켰으며 심사 결과 이 중 31건이 최종 선정돼 5억2800만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이는 서울, 경기와 함께 전국 최고 규모의 예산을 배정받은 것이며 대전의 4억5800만원, 충남의 4억9000만원보다 많은 규모이자 도세가 비슷한 강원의 2억6200만원의 2배나 돼 충북 예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말해도 손색이 없지 않은가?

이렇듯 도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은 활발한데 정작 지역 대학은 문화예술 관련학과를 폐지하다니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것은 먼저 대학 의사결정권자의 비열함 탓이다. 당장 취업률을 높여 대학평가에서 지표상 높은 점수를 받아 보자는 셈법이다. 그러다보니 대학에서 꼭 필요한 인문학이나 예술학부를 폐지하고 전문대학에서 주로 알차게 꾸려오던 실용과목을 빼앗아 오는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는 것이다.

그 다음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에 물어야 한다. 최근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예술단의 책임자와 단원 중 지역 출신 예술가가 몇이나 임용되었는가 전국적인 명사 중에 실력대로 임용하였다고 자신있게 말할지 모르겠다. 정연주 사장은 한국방송에 재직하면서 지역할당제를 실시하여 직원을 채용하였다.

다소 지역 출신이 정보에 뒤지거나 시험 성적이 떨어져도 직무교육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고 지역적 특성을 충분히 업무에 활용하여 조직이 더욱 활력적으로 변모했다는 이야기를 여러차례 강연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지역예술의 특성을 살려 나가려면 일정한 비율로 지역 예술인의 채용이 보장되어야 한다.

아울러 지역 예술인들과 대학 구성원들에게도 당부한다. 다른 지역의 훌륭한 인재를 얼마든 영입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지역 특성이 유지되고 있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이다. 무심천과 까치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로만 청주찬가를 연주한다면 우리가 얼마나 공감하겠는가 우리 지역에서 우리 지역의 정서로 교육받은 문화예술인들의 가치는 결코 시험성적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북 문화예술의 미래를 파는 행위를 중단시키는 일에 적극 나서기를 당부한다.

예술학부의 폐과는 학교를 죽이고 학생들의 꿈을 죽이는 것이라는 지역 예술인들의 절규에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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