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발언대
교사발언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1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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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이 팅 !
"어, 저 녀석이 왜 저러지."

연거푸 두 발의 화살이 표적지의 빨간색에 꽂히는 것을 스코프(표적지에 꽂힌 화살이 몇 점인지 먼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망원경)를 통해 확인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할 대표 선수를 뽑기 위해 총 네 차례의 선발전을 갖는데, 오늘이 그 마지막 선발전으로 등위에 따른 배점이 가장 높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종합 성적이 비슷한 선수들끼리의 순위 다툼이 가장 치열한 대회이다. 대표로 선발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 대부분은 10점이나 9점을 맞추거나 가끔 실수했을 때조차도 연속적으로 8점을 맞추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민희(가명)의 연속적인 두 번의 8점 샷은 아주 큰 실수라고 생각되었다.

"선생님, 대회 시작 전에 두 번의 조준 발사(경기 시작 바로 전에 화살이 표적지에 제대로 꽂히는지 확인할 기회를 주는 두 번의 연습 발사)가 있잖아요."

민희를 지도하고 있던 코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코프를 본 후 변한 내 모습이 걱정스러웠는지 코치가 싱긋 웃으며 날 쳐다봤다.

'아, 그렇지. 조준 발사가 있었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엔 왠지 모를 불안감이 남아있었다.

초등부 양궁 종목은 30M와 20M가 있으며, 선수들은 각 종목마다 한 번에 세 발씩 열두 번을, 하루에 한 번씩 이틀간 쏜다. 다시 말하면, 대회 첫째 날 오전에 30M와 20M를 각각 세 발씩 열두 번 쏘고 다음 날 오후에 같은 방법으로 30M와 20M를 쏜다. 선수들의 순위는 이틀 동안 얻은 점수의 총합으로 정해지며 한 선수가 얻을 수 있는 최고점은 1440점이다.

"띠이이이!"

드디어 대회 시작을 알리는 장내 아나운서의 방송과 함께 선수들이 사대(射臺)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선수들의 전통에서 화살들이 서로 부딪혀내는 '철렁' 소리가 더욱 긴장감을 높였다.

"띠이이이!"

잠시 후, 또 다른 전자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팅! 팅! 팅! 선수들이 시위를 놨을 때 나는 소리가 일제히 들렸다. 표적지에 꽂힌 화살들이 뒤꼬리를 핑그르르 돌리며 자리를 잡는다. 세 번의 시위를 당기고 난 후 돌아서는 민희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스코프를 통해 보니 9점, 8점, 7점을 맞추고 있었다.

'아, 녀석이 너무 긴장했나'

사실 어제까지 민희는 종합 2위를 달리고 있었다. 내심 어떤 색깔의 메달을 딸까 기대도 했었는데. 이제는 민희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지나간 것은 잊어 버려!"

짧지만 날카로운 코치의 주문 소리를 듣고, 민희에 대한 속내가 드러날까 봐 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렇게 쏘려고 한 것은 아닐테지만 무척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띠이이이."

긴 전자음이 또 들리나 싶더니, "팅! 팅! 팅!" 어린 궁수들의 시위 놓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신경이 곤두섰다. 꽤 긴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졌다. 시위를 놓고 돌아서는 민희의 얼굴에 얇은 미소가 보였다. 안심이 됐다. 옆에 있던 스코프에 손이 갔지만 막상 들여다보고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제 열 발이 더 남았습니다. 민희에게 용기를 주세요. 자신을 이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주세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 후 하늘을 봤다. 오랜만에 깨끗하고 맑은 파란 하늘에 흰 조각구름이 떠가고 있었다. 넓은 녹색 잔디밭 위로 부는 따뜻한 봄바람이 뺨을 스치고 간다.

"민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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