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과 학생인권
교권과 학생인권
  • 오창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5.2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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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

음성의 한 중학교에서 반 학생들이 교사의 무릎을 꿇리고 사과를 요구했다는 기사 내용이 과장됐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 보도는 스승의 날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일어나 많은 이목을 끌었다. 처음 보도가 나갔을 때 신문은 대서특필하고 사람들은 교권 추락의 현실을 개탄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교권 추락과 학교 폭력의 심각성이 도를 넘었다는 사실에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문제는 그 해법에 대해서는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것이 문제다.

학생들의 투신자살 소식이 들리면 반드시 그 이면에는 학교 폭력이 등장한다. 괴롭힘과 따돌림, 과중한 성적 향상에 대한 부담 등 죽음으로 내몬 이유가 밝혀지면 가해 학생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교권이 추락해 학생을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내세운다. '선생의 머리채를 잡았다'는 충격적인 기사제목을 뽑아 교사에게 무례하게 구는 일부학생의 폭력성을 부각함으로써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강조하지만 그것으로는 학교폭력의 원인을 제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문제 학생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고, 그 뒤에는 성공지상주의라는 학벌 위주의 사회가 도사리고 있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이혼으로 인한 결손 가정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원인을 찾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사회적 문제이다. 그런데 단순히 교권과 학생인권이라고 도식화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과연 교권과 학생인권은 대립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교권은 학생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의 체벌 권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한, 학생이 정상적인 수업을 방해한다든지 동료학생을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학생인권으로 포장할 수 없다. 교권을 교권대로 보호받고 신장하여야 한다. 과중한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자율적인 교육권을 보장해야 한다. 반면에 학생은 학생 스스로 인권의 주체임을 자각해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학생인권을 시혜적인 관점에서 보는 경우가 많다.

과거 엄혹한 독재정부 시절에도 인권만은 불가침영역으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인권은 기본권을 넘어 최저한의 생활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학생인권이 마치 교권에 군림해 교사의 권위를 무력화하는 주범으로 오인하고 있다. 충돌할 수 없는 두 가치를 대립관계로 묘사해 '제로섬 관계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학생인권조례내용을 호도해 청소년들의 동성애와 임신·출산을 조장하고, 진보단체의 홍위병 노릇을 할 것이라고 예단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의 인권지수가 낫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청소년의 잘못에 대해서 처벌을 할 수 있지만, 반드시 재사회화를 목표로 하고 교화와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기성세대들이 아직도 '얘들은 맞으면서 커야 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는 이상 학교 폭력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학생인권과 교권의 대립구도로 몰아가는 일부 매체의 편향적인 보도 또한 마찬가지다.

인권의 보호는 성숙한 민주사회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학생인권을 온정주의나 무질서한 인권의 남발로 보기 전에 폭력이 일상화되고 체벌이 당연시되던 과거의 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교육의 문제는 교육으로 풀 수밖에 없다. 처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때론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지만, '상호 존중'이라는 가치를 가르치고 자신의 인권을 강조하기 위해 타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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