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길 진보의 길
보수의 길 진보의 길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5.2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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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요즘 통합진보당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처음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서 보수는 무엇이고 진보는 무엇인가 의문이 생긴다. 그 답을 생각하니 혼란스럽다. 보수와 진보의 정책선호에 관한 논문을 살펴보니 역시 많은 국민들도 보수와 진보에 관해 혼란스러워 한다.

연구에 따르면 보수가치는 위계가치, 전통가족가치와 관련성이 높고, 탈물질주의 가치와 관련성은 약하게 나타났다. 또한 보수가치는 자유경제가치, 경제성장가치, 사회질서 가치와 관련성이 높다. 반면, 진보가치는 전통가치와 관련성은 낮고, 정책참여가치와 관련성이 높다. 그리고 진보가치는 사회경제가치, 복지지향가치, 약자존중가치와 관련성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들 스스로 판단하는 보수와 진보가치는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즉 자신이 보수적, 또는 진보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자체 진단이 잘못되었거나 한국인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보수주의 또는 진보주의로 구분하던 것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다만 경제에 관한 가치관의 차이는 정책선호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차근히 국어사전의 정의부터 생각해 보자. 보수는 새로운 것을 반대하고 재래의 풍습이나 전통을 중히 여겨 유지하려는 세력을 말한다. 이에 반해 진보는 사회의 모순을 점진적으로 해결하여 가려는 사고를 뜻한다.

그렇다면 보수의 우선적 가치는 재래의 풍습이나 전통을 중히 여기니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는 충효정신과 정직하고 근면성실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도덕성이 중심가치가 되겠다.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고 가꾸려는 노력도 보수주의의 주요한 덕목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인식 속에는 전통문화를 하찮게 여기고 미국 중심의 문화예술을 지상최고의 것으로 떠받드는 계층,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정당, 국가안보를 위한 군대에 본인과 자식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대부분 면제를 받은 자들로 구성된 정당,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엄청난 부정과 부패를 일삼은 정당을 보수정당이라 하고, 일장기를 제호 위에 올리고 소설 쓰듯한 기사를 밥먹듯 작성하는 부도덕한 언론을 보수세력, 보수언론이라 하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진보정당, 진보세력이라 불리는 집단은 어떠한가? 진보는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려 하고, 풍습이나 전통을 혁신하려는 것이니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남성중심의 사회를 여성중심의 사회로 바꾸어야 한다고 외치고, 동성애 허용을 주장하고, 집총거부자를 위해 대체복무를 부르짖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진보를 표방한 정당의 비례대표 당선자는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력 위주의 농민,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동성애자, 인권을 부르짖는 소수자 등이 오히려 보수를 표방한 정당보다 눈에 띄지 않는다. 서울 유수한 대학 출신의 고급 관료 같은 이들만 즐비하다. 진보세력은 기존 체제를 변혁하고자 하는 세력이므로 법을 어길 가능성도 크고, 기존의 가치관으로 보아 부도덕하게 보이는 면이 많을 것이다. 국민들이 도덕성을 최고의 가치로 하는 보수정당보다 진보정당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혼란을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보수세력의 잘못된 행태 때문에 보수의 가치가 매도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일부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세력 때문에 참다운 진보의 가치까지 무시되어서도 안되겠다. 이번 기회에 참다운 보수, 도덕성이 우수한 보수, 인권과 복지 확충에 충실한 정책을 가진 진보가 새로이 정치판을 가다듬고 국민들도 명확한 가치관을 확립하도록 언론도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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