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전 소화제 '소방차 출동로'
국민 안전 소화제 '소방차 출동로'
  • 김용식 <진천소방서 현장대응단>
  • 승인 2012.05.1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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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용식 <진천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관 생활을 시작한지 1년이 갓 지났다. 그간 짧지만 일선 소방현장 활동을 하면서 화재 및 각종 재난현장에 출동할 때마다 느끼는 생각은 뭔가에 체한 듯한 답답함이었다. 화재의 경우 발화 초기에 모든 소방력이 집중돼야만 인명 및 재산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구급현장에서의 심정지 환자 등 응급환자 또한 5분이내 응급처치를 받아야만 소생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촌각을 다투는 재난현장에 초기대응과 인명구조를 위해서는 신속한 출동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금의 도로 여건은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좁은 도로에서 사이렌을 울리고 가다보면 어찌할지 몰라 당황하는 운전자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소방차의 뒤를 따라서 빨리 가려는 얌체 운전자들도 우리 소방관들을 슬프게 한다.

그렇게 큰 도로를 벗어나 간신히 도착한 재난현장에서도 무질서한 주정차로 인해 소방차량 진입은 말 할 것도 없고, 승용차도 빠져나가기 힘들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소방관들은 다른 차량에 피해를 주지 않으며 출동하려고 도로 위에서 갖은 곡예운전을 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긴급차량 출동을 위한 파이어 레인(Fire Lane) 또는 교통신호 제어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출동차량의 지휘관이 방송이나 수신호로 양보를 요청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일사분란한 교통 통제에 의한 신속한 출동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잘 훈련된 소방관이 있고 화재진압을 위한 첨단장비가 있으며 소방용수가 충분하다 해도 화재현장에 신속히 도착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으며, 또한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는 구급차량이 있다고 한들 늦게 도착해 고귀한 생명을 살릴 수 없다면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소방당국에서 중점적으로 소방통행로 확보에 역점을 두는 장소는 다름 아닌 아파트, 상가 밀집지역, 소방시설이 열악한 고지대 등 화재 발생시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곳이다. 최근 들어 각종 법 개정을 통해 강력한 처벌을 위주로 하는 소방통로 확보 방안이 쏟아져 나와 시행중에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국민들 스스로 자발적인 동참을 통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는 출발점인 소방차 통행로 확보의 의식 전환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바로 지금 이 시간에도 소방대원들은 화재현장 및 구조·구급 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하기 위해 양보해 주지 않는 차량들과 도로에 불법으로 주정차된 차량들을 피해서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곡예 운전을 하고 있다. 소방차들이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면서 양보를 요청했을 때 운전자들이 조금만 양보해 주는 미덕을 베푼다면 그 만큼 내 이웃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피해 및 정신적 고통 등의 아픔과 불행이 줄어들 것이다.

소방차 통행로 확보야말로 모든 국민들이 자기 스스로의 안전을 지켜주는 가정 상비약이 될 것이다. 하루 빨리 국민과 소방관들 모두의 가슴을 속 시원히 뚫어주는 소화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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