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의 거짓말
어버이의 거짓말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05.06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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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사람은 하루에 평균 무려 200번, 시간으로 따지면 약 8분에 한번 꼴로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보고서의 내용인데 오늘 하루 동안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거나 거짓말쟁이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는게 인간이라는 것.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친구와 친구, 교사와 학생, 의사와 환자, 변호사와 의뢰인, 상사와 부하직원, 세일즈맨과 고객, 경찰과 범인 사이에서 거짓말이 빈번히 오간다. 거짓말은 우리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인간 삶의 중요한 특성이자 인간 존재의 일부와도 같은 것이어서 거짓말이 필요 없는 인간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전제로 한다면 모든 인간의 속마음을 꿰뚫는데 범죄심리학자 '폴 에크먼(PAUL EKMAN)'은 신적 존재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진짜 속마음을 판독하는데 그를 따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이며, 미국심리학회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로 인정한 바 있는 폴 에크먼은 자신의 저서 '텔링 라이즈'를 통해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와 심리, 다양한 거짓말의 행태와 방법, 거짓말이 성공하고 실패하는 이유, 거짓말을 탐지하는 방법, 거짓말을 탐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예방책 등을 소개했다.

그는 상대방의 표정, 몸짓, 목소리, 말 등에 숨겨진 거짓과 진실의 단서들을 어떻게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불안과 불신의 시대, 일상에서 상대의 속마음을 간파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의 감정을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거짓말에 대한 단서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폴 에크먼은 인간의 감정 표현 수단을 이해하고 날카롭게 연구·분석하다 보면 상대의 진짜 속마음, 즉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고 판독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부모가 하는 뻔한 거짓말은 무엇일까. 폴 에크먼도 알고 자식들 모두가 안다. 그럼에도 우리의 부모들은 거짓말을 멈추지 않는다.

최근 한 식품회사에서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아픈 데 없다. 건강하니 걱정 마라'가 가장 많았다. 이어 '선물 필요 없다. 너희 살림에 보태라', '바쁜데 내려오지 마라, '내가 오래 살면 뭐하니. 너희만 고생이지' 등의 순이었다.

말할나위 없이 거짓말이다. '아프다', '선물 좋지', '내려오거라', '오래 살아야지'가 진실이다.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은 늘 이렇다. 자식들을 위해, 부담이 될까봐 노심초사 한다.

위당 정인보 선생 만큼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정을 시로 표현한 이도 없다. 그의 연시조 '자모사(慈母思)'는 떠나가신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노래한 것이다.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되고 말어라(제12수)/ 설워라 설워라 해도 아들도 딴 몸이라/ 무덤풀 욱은 오늘 이 살 붙어 있다 말가/ 빈 말로 설운 양함을 뉘나 믿지 마옵소(제40수)/

자기 밥그릇의 밥을 덜어서 자식에게 주면서 나는 배부르다고 한다. 좋은 옷을 입고 싶을텐데도 아끼고 아낀다. 결국 자식들이 관속에 넣어드릴 것을…. 자식을 위하는 어머니들의 거짓말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폴 에크먼은 이 처럼 거짓말하는 어머니들의 속마음을 어떻게 해석할까.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아마도 같을 게다. 내일은 어버이날이다. 아무리 애써도 어버이 은혜에 보답하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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