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대출 '끝없는 역풍' 탓
PF대출 '끝없는 역풍' 탓
  • 충청타임즈
  • 승인 2012.05.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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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또 몰락 왜
인수·합병 확대 등 규제 완화도 한몫

검찰 다음주 초부터 비리 조사 착수

금융당국이 또다시 저축은행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업계 1위 저축은행도 포함됐다.

지난 1년간 문을 닫은 저축은행은 벌써 20여곳에 달한다.

벼랑 끝에 선 저축은행의 발밑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자리잡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간 인수·합병(M&A)의 길을 열어주고, 동일 여신한도 등 규제를 완화해 부실의 골을 더 깊게 만든 것도 한몫한다.

2000년대 카드사태로 소액 신용대출이 부실이 커지자 저축은행은 고위험·고수익인 PF대출에 눈을 돌렸다. 당시 부동산 시장의 활황을 기반으로 저축은행들은 2005~2007년 집중적으로 '브릿지론' 형태의 PF대출을 늘렸다. 그러나 2008년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PF 대출도 잇따라 부실화돼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도 화(禍)를 불렀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특정 회사에 80억원 이상을 대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6년8월 금융당국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 고정이하여신 8% 이하인 '8·8 클럽' 저축은행에 80억원의 한도를 없애고, 한 사람에게 자기자본 20%까지 돈을 빌려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PF 대출과 같은 고위험 대출은 저축은행이 대형화와 함께 악화일로를 달렸다.

금융당국은 2005년 감독규정을 개정해 저축은행간 인수합병(M&A)을 허용했다. 또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저축은행은 영업구역 밖에서 지점을 추가로 열 수 있도록 하고, 연결 자기자본비율 산출을 3년간 유예하는 혜택도 줬다. 이로써 지난해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 계열을 포함한 7개 계열 저축은행이 탄생했다.

업계 1위 솔로몬저축은행의 흥망성쇠엔 이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무수익여신(NPL)을 처리하는 '솔로몬신용정보'를 설립한 뒤 3년 뒤인 2002년 부실화된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해 솔로몬저축은행으로 개명했다.

특히 솔로몬은 2005년과 2006년에 부실이 심했던 한마음저축은행(현 부산솔로몬저축은행)과 전북 나라저축은행(현 호남솔로몬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하고, 2007년에는 경기 소재 한진저축은행을 사들여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당시 2002년 솔로몬저축은행이 새로 개발한 수익 모델이 부동산 PF대출이다. 이때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보이면서 솔로몬저축은행은 서민금융보다 PF대출 확대에 심혈을 기울였다.

솔로몬저축은행은 M&A와 함께 주력 사업인 PF대출 확대를 통해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체율이 급증했다. 실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08년 말 5.25%에서 지난해 13.98%로 급증하면서 휘청이기 시작했다.

한국저축은행도 솔로몬저축은행과 같은 길을 걸었다.

'M&A 1세대'로 불렸던 윤현수 한국저축은행장은 2000년 진흥상호금융금고를 인수해 한국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고, 경기, 진흥, 영남저축은행까지 계열사를 늘렸다. 이후 2007년에는 한국종합캐피탈, 영남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대했지만 무리한 PF 대출에 발목이 잡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신용금고를 저축은행으로 바꾸고, 시중은행과 같은 5000만원 한도의 예금보험한도를 적용한 것도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다"며 "무리하게 외형을 확대하고, PF대출을 늘리는 저축은행들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은 금융당국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PF 대출과 M&A를 기반으로 외형을 키워온 저축은행은 대주주의 불법 대출에 온갖 비리까지 더해지면서 퇴출의 길로 내몰렸다.

현재 검찰은 다음주 초부터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하고,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저축은행 비리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6일 영업정지가 결정되자 이날 오전 제주시 미래저축은행 본점을 찾은 한 고객이 은행 입구에 붙은 경영개선명령 공고문과 고객 안내문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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