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유년시절 그리운 가족애
아련한 유년시절 그리운 가족애
  • 충청타임즈
  • 승인 2012.05.0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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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 첫 산문집 출간
시인 이정록씨(사진)의 첫 산문집 '시인의 서랍'이 나왔다.

등단 20년 만에 처음 쓴 산문집에는 가족 이야기에서부터 일상이 시로 바뀌는 특별한 순간들, 몸소 깨우친 시작(詩作)에 관한 편지들을 담았다.

부엌을 수시로 드나들며 식솔들의 밥상을 차려내던 어머니의 한숨, 낮술 한잔 걸치고 문지방을 베고 누워 잠을 자던 아버지의 부어오른 배, 냇가에서 놀다 배탈이 난 손자의 배를 밤새 쓰다듬어주던 할머니의 거친 손, 남동생에게 학교를 양보하고 무논가에서 냉이와 씀바귀를 캐던 누나의 뒷모습, 결혼반지를 팔고도 환한 보름달 같은 미소를 짓던 아내가 보인다.

이 중에서도 어머니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세상 모든 말의 뿌리인 어머니, 식구들을 치맛자락에 폭 감싸 안고 살아낸 어머니, 농사를 지으면서도 그늘 아래에서 더 잘 크는 고추를 보며 인생 농사도 제 가슴속 그늘을 잘 경작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우는 어머니, 오랜 병치레를 한 남편을 원망할 만도 하련만 물앵두 먹으러 오는 기똥차게 잘생긴 새가 아버지가 같다며 농담을 던지는 어머니가 살아있다.

이씨의 글 안에는 와글와글 사람이 산다.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를 받아 적기만 하면 시가 되는 어머니가 살고, 품앗이 대가로 손자 먹을 예쁜 과일들만 광주리에 담아오는 할머니가 살고, 아버지의 가벼운 무게를 알게 해준 친구가 살고, 포장도 안 된 시골길을 걸어 학생들을 만나러 오는 선생님이 살고, 책을 사지도 않고 읽기만 하는 학생 손님에게 깨끗이 읽는 법을 가르쳐주는 서점 누나가 산다. 그들은 모두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씨는 느릿느릿한 자신의 충청도 말투처럼,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향한 느긋한 시선을 보인다. 소와 오리를 한 식구처럼 챙기던 소년이 있고, 뜨거운 구정물을 버리기 전에 훠어이 훠어이 외치며 도랑 속 작은 생명들까지 걱정하던 할머니가 있다.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 속에서 남다른 감성을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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