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사잇길로 넘실대는 생명력
보리밭 사잇길로 넘실대는 생명력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5.02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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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까지 청원 대청호미술관서 박영대 개인전
"보리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는 만큼 보리 작업을 안할 수 없죠. 하지만 보리를 그리면서도 보리처럼 보이지 않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추상적으로 표현한 보리야말로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계절의 여왕 5월에 대청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송계 박영대 화백. 한지 위에 그린 보리의 색채가 다양하다.

박 화백은 수묵과 채색으로 표현한 50여점의 보리작품을 하나 하나 설명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들려준다.

"평생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드물거예요. 50여년 동안 보리라는 한 가지 주제 속에 작업을 해왔어요. 구상으로 시작해 추상으로 옮겨간 보리 작업은 생명을 품은 씨앗으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전시된 작품 중에는 황보리밭도 선보인다. 500호 크기의 이 작품은 6개월 작업 끝에 탄생했으며, 청보리와 짝을 이루며 넉넉하고 풍성한 한국의 정서를 선사한다.

또 보리연작인 보리-생명, 보리-리듬시리즈와 새벽, 율 등 자연의 생명력과 리듬을 자신만의 독창적 구성과 기법으로 보여준다.

"요즘엔 재료가 다양해지면서 작업하기도 좋아졌어요. 겹으로 떠올린 한지는 특유의 질감이 살아나고 묵은 농담으로 깊이를 더해주죠. 그래서 한지와 묵의 조화는 거친듯하면서도 의도하지 않은 새로움을 더해주는 묘미가 있습니다. 의도는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멋스러움이 배어나오죠."

박 화백의 작업에 대해 김상철 평론가는 "수묵의 추상성에 주목하고 이를 수용하여 그 가능성을 모색한 것"이라며 "채색이 작가의 조형의지를 앞세우는 작위성이 특징이라면, 수묵은 재료의 물성을 용인함으로써 이루어지는 무작위의 분방함이 두드러진다. 그것은 철저히 사변적이며 형이상학적인 체계를 지닌 관념의 세계다"고 평했다.

청주를 중심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박 작가는 "전시 날짜가 잡히면 머릿 속에서 작품이 툭툭 쏟아진다"면서 "아직도 그릴 게 많은가 보다"며 창작 열정에 대한 속내를 내비쳤다.

박영대 화백은 현재 ICA 국제 현대미술 협회 회장, 사롱·드·바란 미술협회 고문(일본), 현대미술 한·일전 고문을 맡고 있다.

'보리밭 사잇길로'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오는 12일까지 청원군립 대청호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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