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개음화로 우리말 자리잡기
구개음화로 우리말 자리잡기
  • 김우영 <소설가>
  • 승인 2012.04.2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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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소설가>

우리가 발음할 설단음(치조음) 'ㄷ, ㅌ'이 'ㅣ'모음과 만나면 그 'ㅣ'모음에 동화되어 구개음 'ㅈ, ㅊ'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굳이'가 [구지]로 발음된다든지 '밭이'가 [바치]로 발음되는 것을 가리킨다.

동화현상의 하나. 역행동화의 일종으로서 자음이 모음에 동화된다. 구개음화 현상은 역사적으로 17세기경부터 남부 지방에서 시작하여 북상하였는데 아직도 평안도 지방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고 예외도 많다. '디디다', '마디', '느티나무' 등에서는 'ㄷ, ㅌ'이 'ㅣ' 모음과 만나고도 구개음화 하지 않는다.

☞ 예문

(남편) : "당신이 '굳이' 가겠다면 내가 동행할 수밖에…"

(아내) : "동행 안해도 어때. '같이'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과 '같이' 가는 것도 고역이니까…."

(남편) :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네…"

(아내) : "내가 어디 가자면 늘 뜸을 들이는 당신이니, '곧이' 들을 수밖에…"

(남편) : "당신 반응이 어떤가 보려고 한번 해 본 거지. 즐겁게 '같이' 갈 거니까 염려 말어…"

(아내) : "그럼, 내일 해돋이 무렵에 '같이' 떠나지 뭐…"

다만, 발음 중에서 'ㄷ'이 '-히-'를 만나면 대개 구개음화 되어 [-치-]로 발음되는데, 'ㄷ'과 'ㅎ'이 융합하여 'ㅌ'으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다.

유명한 역사 인물 생가에 가면 '○○○ 나신 곳' 이라는 표지판을 자주 본다. 예전 같으면 '출생지(出生地)'나 '탄생지(誕生地)'란 말을 썼다. '고수부지'가 '둔치'가 되고 '노견'을 '갓길'로,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나들목'으로 바꾼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여러 분야에서 바른 우리말 사용이 뒤로 밀려나 있다. 그 예의 하나는 '하늘'을 가르켜 '허공(虛空)'과 '공중(空中)'이란 말이다.

녹음짙은 신록의 여름에는 포도나 칡, 수박처럼 줄기가 곧게 서지 않고 땅 위를 기거나 담에 붙어 자라나는 식물의 줄기를 '덩굴'이라고 한다. 여기서 넝쿨은 다른 말인가? 하고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덩굴과 넝쿨 둘 다 맞는 말이다.

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쇠고기'는 어떠한가? 쇠고기의 '쇠'는 '소의~'의 준말이다. 쇠기름, 쇠가죽, 쇠머리, 쇠꼬리 등이 있다. 그러나 한국어문 표준어규정(1988년 1월)은 소기름, 소가죽, 소머리, 소꼬리 등도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소도둑이나 소장수, 소달구지 등은 소의 부산물이 아니므로 '소의~'의 함축 형태인 쇠도둑 또는 쇠장수, 쇠달구지로 사용하면 안된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는 날씨를 보고 '가물, 가뭄', 아이들의 예쁜 새 옷을 '고까, 꼬까, 때때', 헝겊이나 종이의 조각은 '나부랭이, 너부렁이'라고 부른다.

이는 발음과 언어가 비슷하여 복수표준어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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