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명에게만 평등한 법
만명에게만 평등한 법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4.24 2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법의 날이다. 1963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된 '법의 지배를 통한 세계평화대회'에서 모든 국가에 '법의 날' 제정을 권고하기로 결의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1964년부터 국민의 준법정신을 높이고 법의 존엄성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법의 날을 제정하여 시행하였다.

이 날 기념식과 더불어 준법정신을 높이는데 공이 큰 사람에게 정부에서 포상한다. 법조인들은 이 날을 전후하여 일정기간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준다. 또한 전국의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준법정신 함양교육을 실시하며, 일반시민과 학생들의 웅변대회 및 모의재판 등도 개최된다.

5월 1일로 지켜왔으나 노동자의 날과 겹치고 기념일로서 의의가 없다고 하여 2003년 재판소구성법 시행일인 4월 25일로 변경하였다.

사법기관의 이런 움직임에 비해 일반 국민들은 법의 날에 어떤 생각을 할까? 법의 지배로 정의로운 사회가 되었다고 볼까? 국민의 인권은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까 우리나라의 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다고 믿을까? 국민들은 법을 잘 지키는 게 잘 사는 길이라고 믿을까

반부패운동의 선도적 국제시민사회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지난 해 말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2010)를 보면 우리나라 청렴도는 세계 43위로 네 계단 추락했다. 뉴질랜드가 1위, 핀란드, 덴마크가 2, 3위, 북한도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소말리아와 더불어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4점으로 OECD 가입 34개국 중에서는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최근 재스민혁명을 일으킨 아랍 국가들은 대부분 이번 지수에서 낮은 점수인 4점 이하를 받았다. 이 지역이 족벌주의와 뇌물, 특혜가 일상사에 깊이 배인 까닭이다.

유럽 국가 중 부채위기에 빠진 나라들은 공공기관이 뇌물과 탈세문세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핵심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 나라들이 유럽연합국가들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한국투명성기구는 성명을 통해 이런 결과는 "반부패 기관을 통폐합하고 투명사회협약을 중단시킬 때 이미 예견되었던 결과"라며 "무엇보다도 독립적 반부패기관의 복원과 민관협력으로 추진되었던 투명사회협약의 재개, 기업의 선진화된 윤리경영과 투명성 확보, 그리고 반부패 교육 강화를 통한 사회문화의 개선"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법 앞에 평등을 이야기 할 때 악어의 논리가 판을 쳐서는 곤란하다. 식인악어가 어린 아이를 잡아서 살려달라는 그 어머니에게 문제를 내어 맞추면 살려주고 틀리면 잡아먹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이 아이를 잡아먹을지 맞춰보라고 하였다.

잡아먹을 것이라고 하면 잡아먹지 않으려고 했는데 틀려서 잡아먹는다고 할 것이고, 잡아먹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 잡아먹으려고 했는데 틀렸으니 이래저래 잡아먹어야겠다고 할 것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조정하는 법령이나 제도 중 많은 부분이 악어의 논리와 같다고 국민은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 정권 들어 대통령이 부동산실권리자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측근 비리와 더불어 민간인 불법사찰로 권력자의 법에 대한 무시가 극에 달하고 있다. 새로운 정권과 권력 담당자는 이제 지난 불법과 부패에 단호하게 대처하여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넘어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이 만명에게만 평등하다는 비아냥을 더 이상 들어서는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