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와 4·11 총선
임시정부와 4·11 총선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2.04.1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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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취재2팀장(부국장)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된다.

12자에 불과한 이 문장에는 여러가지 함축된 뜻이 있다. 먼저 '대한민국'에는 국민 주권이라는 엄숙한 의미가 담겨 있다. 말이 쉬워서 국민 주권이지, 그런 지금의 당연함을 얻기 위한 피 흘림은 역사책의 곳곳에 녹아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조선왕조가 쇠락하면서 택했던 대한제국이라는 국호가 대한민국으로 바뀐 것은 임시정부에 의해서다.

신민이었던 백성이 비로소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시작이 불행하게도 임시정부에 의해 시작됐음은 한국 근대사의 씻을 수 없는 아픔인데, 그나마 다행이다.

그 다음 '민주공화국'이라는 단어 역시 적지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것, 그 평등과 다수결의 원칙이 보편화되기까지 목숨을 바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희생을 우리는 지금 별다른 감흥없이 만끽하고 있는데 그런 무심함은 역사에 대한 절대적 예의는 아닌 듯하다.

오늘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다. 1919년 중국 상해에서 한국독립운동자들이 수립했던 임시정부는 지금 대한민국의 적통이다. 정식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준비정부이긴 하나 국내외에서 3·1운동이 전 민족운동으로 확산될 때 독립정신을 집약해 우리 민족이 주권국민이라는 뜻을 표현하고, 또 독립운동을 능률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조직된 것이 대한민국 임시정부고, 그 뜻을 기리는 날은 4월 13일. 공교롭게도 헌정질서를 이끌어가는 국회 구성을 위한 선거일과 시기가 중첩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그 뒤 1945년 8·15광복까지 27년 동안 상해(上海)를 비롯한 중국 각처에서 한국인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투쟁해 왔다.

통상적으로 정부라고 하면 국제법상 통치권이 미치는 국토와 국민이 있어야 하는데 통치권을 행사할 대상이 없었으므로 일반 정부와는 성격이 달랐다. 그리고 망명정부도 아니었다. 대한제국과 시간적 연속성이 없고 주체세력이 다르고 이념이 달랐으므로 망명정부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전 민족운동이었던 3·1운동에 의해 수립된 임시정부였으므로 전민족의 의지와 이념적 기반 위에 설립된 정부적 조직임에는 틀림없었다. 따라서 국제적으로는 주권국민의 대표기관(정부)으로서 또 대내적으로는 독립운동의 총괄기구로서의 구실을 가지고 탄생한 것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다.

4·11 선거가 끝났다. 누구에게는 잔치였을 테고, 또 누구에게는 형언할 수 없는 비극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 선거일 텐데, 사실 그런 상반된 입장이 평범한 국민에게 미치는 감흥은 낯설기 그지 없다.

선택을 잘했든 잘못했든 그건 온전하게 국민의 몫이다. 비록 대중영합적인 판단 기준에 의해 국회의원이라는 그 영광스러운 자리를 만들어 줬다 해도 그 순간의 선택은 고스란히 4년의 멍에로 남을 수밖에 없다.

나는 오늘 그런 당락의 기준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얼마나 미래지향적이며 또 얼마나 국민의 의사를 충실하게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았는지에 대한 평가를 내리지 않겠다.

다만 공교롭게도 누군가는 들떠있고, 또다른 누군가는 회한과 후회로 잠 못 이루는 나날일지언정 과연 그들 모두가 역사에 얼마나 충실하고 겸허할 수 있는지를 묻고 싶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제대로 정리되거나 기록되는 현대사의 질곡을 잘 알지 못한다.

역사 교과서의 기술도 그렇고,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거나 혹은 그마저도 외면하고 싶은 능수능란한 처세술을 더 가치있게 생각할 수도 있는 세상을 위태롭게 살고 있다.

재야 역사가 이덕일은 말한다. "이제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관의 확립이 첫번째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축하를 받아 마땅한 이번 4·11 총선 당선자들, 곧바로 국회의원이 되어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고 그도 아니라면 본인의 양명과 명예를 생각한다 해도 제발 역사 앞에 부끄럼이 없는 지도자가 됐으면 싶다.

역사 앞에 당당해지는 것, 그리고 새롭게 희망 넘치는 역사를 만드는 것은 이제 그들의 몫이다. 당선자 가운데 누군가는 임시정부를 만든 선열의 혼을 챙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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