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로 얘기합시다
투표로 얘기합시다
  • 한상열 <영동군선관위 지도홍보주임>
  • 승인 2012.04.0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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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한상열 <영동군선관위 지도홍보주임>

이순신 장군은 "부모를 모시기 위한 벼슬은 작은 것으로 족하며, 큰 벼슬은 의리에 맞아야 한다" 고 말했다. 이 말대로 이순신 장군은 개인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부름을 받고 큰 의리를 지키기 위해 한 평생을 헌신했다. 여기서 의리에 맞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그 자리에 앉을 만한 사람, 그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 선임돼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누가 봐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대안 중 하나로 '매니페스토(manifesto) 정책선거'를 말하고 싶다. '매니페스토'란 선거에 임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당선되면 실천하겠다고 유권자에게 공약을 문서로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더 자세히 말하면 유권자에게 구체적인 목표, 실시기한, 이행방법, 재원조달방안, 추진 우선순위 등 구체적인 공약을 개발해 제시하는 것이다.

매니페스토가 훌륭하게 이행되고 있는 국가로 영국을 들 수 있다. 200년 가까운 매니페스토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영국은 매니페스토 책자의 배포와 함께 선거가 시작된다. 우리에게는 매니페스토 책자라는 말부터가 어색하게 다가온다. 영국에서는 선거공약집인 매니페스토 책자를 우리 돈으로 약 4000원에 서점과 신문 판매대에서 살 수가 있다. 판매수익은 정당의 선거자금으로 활용된다. 그 책자에는 우선순위, 수치, 재원 등을 동반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공약들이 나열돼 있다. 영국 국민의 50%, 즉 2명 중 1명은 매니페스토 책자를 제대로 읽는다고 한다. "우리들은 이 같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유권자 여러분도 스스로 기회를 잡으려는 노력을 하기 바랍니다" 라고 말했다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1997년 총선에서 승리한 그의 공약집은 100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100년도 채 안 된 민주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와 영국을 비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후보자만 탓할 일이 아니다. 나를 비롯해 유권자의 태도도 변해야만 한다. 아직도 팽배한 금품·음식물 제공, 흑색선전, 혈연·지연·학연에 의해 후보자를 뽑는 네거티브(nagative) 선거전략을 단호하게 뿌리치고 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판단한 후 후보자를 뽑는 발전된 유권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살펴봐야 할 후보자나 정당의 공약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선거공보는 집집마다 배달되는 책자로 접할 수 있고 선거관리위원회 정당·정책정보시스템(http://party.nec.go.kr)에서 e-book으로도 손쉽게 볼 수도 있다. TV방송토론회에서도 후보자의 공약과 가치관을 살펴볼 수 있다. 선관위 주관, 법정방송토론회는 선거홍보사이트(http//epol.nec.go.kr)에서 다시 볼 수도 있다.

변화된 유권자의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 무엇보다 4월11일 반드시 투표소로 가서 투표를 하자. 정치에 대한 관심은 상징적으로 투표율과도 직결된다. 투표율이 높아져 유권자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정치인도 바뀌게 될 것이다. 또한, 유권자가 공약에 관심을 가지면 정치인도 공약개발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자신감 있게 정책을 제시하며 나를 뽑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후보자를 만나고 싶다면 우리 유권자가 먼저 바뀌어보자.

지난 선거 때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뽑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투표를 하지 않았던 유권자가 있었다면 이번 국회의원선거에는 꼭 투표를 하자. 정치현실에 낙담하지 말고 눈 돌리지 말고 내가 먼저 변하겠다고 투표로 얘기를 하자. 뽑을 사람이 없다고 불평하지 말고 투표로 얘기를 하자. 최선의 선택을 하다보면 최고의 선택을 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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