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선거 어디 갔어? 이거
정책선거 어디 갔어? 이거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4.0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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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개그 콘테스트를 보는 것 같다. 희망을 보게 하고 발전을 기약하는 공약을 후보자의 현수막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개그 중에 최고봉은 집권당 후보가 바꿔보자고 외치는 것이다. 299석 중 200석에 가까운 의석을 가진 집권당 의원들은 "어디 가서 무엇했었어? 이거."

야당 의원들도 썩 맘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의 정책이 자신있다면 굳이 부패정권 심판을 외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선거에선 최소한 후보 사무실을 뒤덮고 있는 대형 걸개 현수막에 "반값등록금 실현"이라도 걸릴 줄 알았다. 진보정당 현수막엔 "구럼비를 살리겠습니다" 정도는 걸려야 다른 정당과 차별성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각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후보등록을 마감한 직후 후보들과 모여 공명선거 실천 다짐대회를 열었다. 후보들은 공명선거를 다짐하는 서약서에 서명을 하고 후보들끼리 굳게 손을 잡고 사진촬영을 하며 주권자들에게 약속했다. 엄격해진 선거법 탓에 돈 선거나 흑색비방 등은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러나 진정 염려스러운 것은 정책대결도 함께 사라져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집권 여당은 경제성장과 청년실업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서도 일부 조항에 대해 국민들이 많은 걱정을 한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무차별 국민들의 생활을 사찰했다. 무상급식 문제에서도 국민들의 마음을 읽지 못해 이미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바 있다. 당 이름과 옷 색깔을 바꿨으면 진정이 담긴 사죄와 수정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주권자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해야 옳지 않은가? 집권당 후보가 변한 게 없다고 바꾸자는 구호를 외치는 것은 해도 너무 한 것 아닌가?

노란색 물결을 일으키는 민주통합당의 선거운동은 봄꽃이 활짝 핀 것 같아 보기 좋다. 그렇지만 마냥 흐뭇하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집권당의 실패로 반사적 효과를 누려 별 노력 없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느긋한 것인가?

여론조사 결과 무명의 무소속 후보가 예상 밖의 지지율을 얻은 것은 무엇을 나타내는지 생각해 보았는가? 충분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주권자들의 마음 아닐까? 주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복지공약이나 열망을 담은 경제공약이 무엇인지 퍼뜩 떠오르는 게 없지 않은가?

당장 시급한 문제만 살펴봐도 청년실업문제, 천정부지로 솟구친 대학등록금 문제, 학교폭력문제,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산업재편과 자영업자 및 농민들의 몰락, 지역균형발전, 4대강에 대한 환경보전 문제가 떠오른다.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혀 주었으면 좋겠다. 후보자의 인물과 인격이 훌륭해야 하지만 그것보다 그가 소속한 정당이 내가 지지할 수 있는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표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지역언론에도 한 말씀 드리자. 제발 각 당의 정책에 대비한 심도있는 분석기사 한 면이라도 만들어 보시라. 후보자의 추문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시라. 사실인지 아닌지, 사실확인이 어려운 것인지를. 내부 폭로자를 찾는 수사가 중요할까 사실여부가 중요할까? 이번 선거가 정책대결선거로 치러지고 공명선거가 되려면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더 이상 코미디 같은 선거가 되지 않길 바란다.

고민이 묻어 있는 정책구호 하나가 그립다. 정책선거 어디 갔어,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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