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노래하는 4월에!
희망을 노래하는 4월에!
  • 김종례 <보은 회남초 교감>
  • 승인 2012.04.0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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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종례 <보은 회남초 교감>

얼음장 밑으로 흐르던 청정한 물소리가 나무들을 먼저 흔들어 깨워놓고, 숲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찬바람을 온 들판으로 몰아내며 봄비를 마중하여 대지를 흔들어 깨우라고, 얼른 새싹들을 틔우라고 성화다.

우주만물이 회춘하고 소생함으로써 산야에도, 사람의 가슴에도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는 4월이 되었다. 목련꽃 그늘아래서 읽는 연인의 편지가 아니더라도 손글씨로 정성껏 써내려간 예쁜 편지 한 장쯤 받아보고 싶은 사랑의 계절! 흙을 밀어내며 쫑긋이 입을 내밀고 세상구경을 나올 새순들이 마냥 기다려지고, 매스컴을 타고 날아오는 산너머 남촌의 꽃소식들이 저녁밥상을 훈훈하게 해주는 요즘이다.

둥근 것들이 점점 허물어지고 사라져 가면서 민들레 쑥부쟁이 바람에 나부끼어 정겨웠던 어머니 젖무덤 같은 언덕길이 더욱 그리워지는 4월! 사방치기 공깃돌을 굴리며 해가 지도록 뛰어놀던 동무들은 정처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신비롭게 떠다니던 유성처럼 어디론가 사라져 소식도 모르지만 지금 생각하니 인생 어느 모퉁이에 그런 아름다운 추억거리가 또다시 기다려 주겠는가 싶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 아득한 어린 시절 추억의 필름들이 종종 꿈길로 찾아오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끝없이 마음의 강물이 넘쳐흐르던 유년시절의 기억들이 아름답게 서성이고 있다. 수질과 색깔과 수량이 다른 저마다의 강물에서 나름대로 영혼을 살찌우며 우루루 몰려다니며 자연을 체험하고 학습하던 어린시절, 작은 변화에도 웃음이 나오고 작은 보상에도 휘파람을 불어대던 즐거운 시절, 머릿속에 특별한 계산이나 걱정이 없었기에 모든 것이 마냥 행복하고 즐거웠으리라. 삶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였으니 모든 것의 만족도가 배가 되었으리라.

그러나 성장하면서 상급학교로 한 단계씩 진학할 때마다 크고 아름다운 꿈들은 한 단계씩 낮아졌으며 가슴속의 강물도 차차 메말라가면서 어른이 되었고 시대는 걷잡을수 없게 급물살을 타고 변화하여 왔다.

이 시대를 지식경쟁 정보화시대 또는 최첨단 글로벌시대 등으로 부른다. 그 웅장한 단어 속에 포함된 의미는 사뭇 위대하고 광의의 뜻이 있으나 넘쳐나는 정보들로 머리가 무겁고 가슴조차 부담스러움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모든 것이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고사성어가 다시 생각난다. 봄이 돌아오자 여러 가지 체험활동의 프로그램이 학교현장으로 물밀듯이 넘쳐들어 와서는 아이들 앞에 선을 보인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체험활동의 범주가 정도를 벗어나 일부 체험의 장들은 자칫 상품화 되어가는 인상을 받기도 하면서 마음 구석에 개운하지 못한 후기가 남아 있었다. 일정한 틀에 박힌 프로그램은 이미 획일적으로 제작되어 있는 상품을 제공하는 식의 체험학습이 종종 있어 아이들에게 신선하고 알찬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오늘날 창의인성 프로젝트로 시작되는 교육프로그램 역시 너무도 범람하여 진정한 창의성의 의미가 결여된 인상을 받기가 십상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돌발적인 사고력을 창조하며 자아 정립의 기회를 맛보게 하려면 넘쳐나는 체험학습의 다양함과 창의력 신장 프로그램의 질을 재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자연의 질서와 섭리를 스스로 깨닫고 배우며 진정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체험학습의 장들이 아이들 앞에 활짝 열리기를 바란다. 우주를 나를 수 있는 순수한 상상의 날개짓으로 천상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교육의 강물이 아이들 앞에 흘러넘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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