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 것의 귀환
정치적인 것의 귀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2.03.2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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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취재2팀장(부국장)

"도덕이라는 사적 영역과 정치라는 공적 영역의 분리가 자유주의를 위한 하나의 위대한 승리였다면, 그것은 모든 규범적인 측면을 개인적 도덕성의 영역으로 추방하는 결과도 낳았다. 그에 따라 개인적자유가 실제로 증가했고, 또한 이로 말미암아 도구주의적 정치관은 이후에 정치철학의 자격을 점진적으로 박탈했으며, 정치 과학의 성장과 더불어 지배적이 되었다. 정치 이론가들 사이에서 정치철학을 부활시키고 윤리와 정치 사이의 연관을 설립할 필요성이 있다는 각성이 늘어나고 있다."

급진적인 민주주의 이론가로 꼽히는 샹탈 무페 영국 웨스트민스터대 교수가 쓴 책 '정치적인 것의 귀환'에 등장하는 이 문장은 어렵다.

얼핏 보면 도덕과 정치는 결코 공존할 수 없음을 강조하는 듯하다. 그러나 '윤리와 정치 사이의 연관을 설립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눈을 떠서 정신을 차림을 뜻하는 '각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음은 또 정치와 도덕의 합치를 말하고 있다.

이런 설명을 곁들여도 쉽지 않다. 정치는 원래 이처럼 비비꼬면서 평범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을 무기로 쓰는 것인가.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됐다. 혹자들은 정책과 공약의 검증 등, 과연 그들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도덕적 기준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사실상 공천이 끝났다. 나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선수를 선발했고, 그 선수들을 경기장에 내보냈다.

그 경기는 이쪽 팀과 저쪽 팀의 피 터지는 승부의 겨룸과 그 치열한 싸움을 그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다.

누구를 뽑든 그 승패의 결과는 고스란히 유권자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고, 그런 결과를 생각하면 오히려 피 말라야 하는 것은 고스란히 유권자들이 아닌가.

샹탈 무페는 "오늘날처럼 자유민주주의가 '현실에 존재하는 자유민주주의적 자본주의'와 점점 동일시되고, 그 정치적 차원이 법치로 제한될 때, 배제된 사람들은 근본주의 운동들에 합류하거나 반자유주의적이고 대중 영합적 형식의 민주주의에 경도될 위험이 있다"고 다시 말한다. 이 문장 역시 쉽지 않다. '대중 영합적 형식의 민주주의에 경도될 위험이 있다'는 표현이 핵심인데 쉽게 말하면 유권자들이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는 정도의 뜻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정치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극도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정치적 상황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이 잦다.

문제는 그 모든 것이 사람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이며, 사람에 의해 희망이거나 절망일 수 있다는 본질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데 있다.

정치가 도덕과 윤리로부터 절대로 멀어져서는 안 된다.

여당의 공천 과정에 실망하고, 야당의 그것에 대해서는 더 큰 실망과 좌절을 느끼면서 이번 4.11 총선을 맞는다.

지키려는 여당이야 그렇다 치고, 야당에 대한 실망은 무언가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의 생각을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있다.

여당에 비해 훨씬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시민 유권자의 순수함을 야당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거듭 되풀이되는, 그야말로 고쳐지지 않는 '혼탁'이라는 단어가 이번 총선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있다.

정치가, 선거가 무엇인가. 평범한 시민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지도자를 평범한 유권자가 선택하는 것이 선거이고 정치가 아닌가.

그런 '정치적인 것의 귀환'이 다시 유권자의 손으로 넘어 온 호기를 우리는 준엄하고 고귀하게 판단해 선택해야 한다.

세상의 그 어떤 정치적 판단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덕의 잣대를 초월할 수 없음은 우리는 익히 경험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황폐하거나, 도덕성이 무시되는 판단으로 빚어지는 가치관의 혼란을 우리는 이미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일은 결국 도덕과 윤리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우선돼야 하는데, 지금 맑은 고을 청주에서 벌어지는 작태는 그것과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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