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공(公)과 사(私)를 조금이라도 가렸다면…
그들이 공(公)과 사(私)를 조금이라도 가렸다면…
  • 충청타임즈
  • 승인 2012.03.1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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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현오 경찰청장이 19일 강남 룸살롱 황제의 리스트에 오른 경찰 간부를 도려내 달라며 검찰에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수사권 갈등으로 검경의 심기가 서로 불편하기 그지없는 상황에서 경찰 총수가 자신의 식솔에 대한 처리를 검찰에 먼저 의뢰(?)했다는 것 자체가 예삿일이 아니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경찰도 검찰에 대해 모종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가능하지만 어쨌든 비위경찰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건 분명해 보인다.

◇ 2.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 조작에 권력의 윗선이 개입했다는 폭로가 잇따르면서 국민들을 또 한번 좌절시키고 있다. 그 과정에 뇌물과 돈의 상납고리도 있었다고 하니 쉽게 믿겨지지가 않는다.

◇ 3. 충북도청 공무원들이 휴일 봉사활동을 초과근무한 것처럼 위장해 인사가점을 부당취득하고 수당을 변칙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급기야 이시종 도지사가 '특별지시 3호'를 발령해 공직자의 청렴을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마치 과거 유신시대의 긴급조치를 연상케 해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놓고 단순히 정권말기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엔 다소 부담스럽다. 도저히 그러면 안 되는 사람들의 비위가 때와 장소, 그리고 위와 아래를 가리지 않고 빚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느덧 우리는 특정 사안에 따른 일부 공직자들의 모럴해저드를 탓하는 게 아니라 아예 그것이 국가적 '문화 현상'으로까지 진화하지 않나 하는 걱정마저 하게 된다. "있을 때 못해 먹으면 나만 손해"라는 말이 요즘들어 부쩍 넘쳐나는 것도 곤혹스럽다.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들에게 요구되는 제1의 덕목은 청렴이다. 이를 위해 갖춰야 할 자세가 공(公 )과 사(私)를 분명히 가려 처신하는 것일텐데 어느덧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몸은 공인으로 치장하면서도 생각은 사적인 영역에 탐닉하다보니 이런 헷갈리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난데없이 총선 후보와 관련된 성추문 의혹이 불거져 지역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사실여부는 당국의 수사로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겠지만 축제 분위기로 치러져야 할 총선이 하찮은 것들로 휘둘리는 현실이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

분명한 건, 그 누구가 됐든 사적인 영역의 시비에 일단 휩싸이게 되면 가장 먼저 유린당하는 것이 이성과 논리라는 사실이다. 신상털기와 마녀사냥이 무서운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또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음해하는 측이나 또 이 때문에 피해를 입은 당사자 모두가 그동안 공과 사를 가려서 처신하는데 다소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이것이 이번 사태의 교훈이라면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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