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라통신'
'카더라통신'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03.1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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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소위 '찌라시'라 불리는 정보지의 인기가 대단하다. 제도권 언론이 다루지 못하는 별별 내용이 여기에는 무차별적으로 담긴다. 정치인들의 드러나지 않은 갈등부터 시작해 대기업 그룹 회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의 사생활은 물론이고 연예인들의 비화까지 그야말로 성역없이 실린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미확인 정보를 생산·유통하는 통로로 장중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줄 만한 내용이 많다. 사실일 경우 투자자들의 이익챙기기가 가능하다. 때문에 투자자들이 '혹시'하는 생각에 이런 미확인 정보를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정보지의 내용을 근거로 '사자 주문'이 쏟아져 상한가까지 상승했다가 거짓으로 드러나면 이내 제자리로 떨어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투자자들이 정보지 내용을 '미확인' 정보로만 받아들이면 큰 문제가 없지만 사실확인이 안된 정보임을 알면서도 '혹시 사실이라면' 하는 마음에 투자기준으로 삼고 있으니 인기가 높을 수밖에.

미확인 정보는 말 그대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다. 사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로 믿고 싶어한다. 손해를 보고도 그것이 사실이었다면 하고 미련을 둔다. 미확인이지만 그럴듯한 정보는 이 처럼 위력이 대단하다.

최근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파문이 온나라를 뒤흔들었다. 관련이 없는 구단들까지 애를 먹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의혹과 추측이 연일 쏟아졌기 때문이다. 사실이 아닌데도 특정 구단 선수 실명까지 거론하며 경기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한다. 명확한 근거가 없이 "누가 그러더라", "어디에서 들었다", '지난 시즌 경기를 살펴보면 그렇다"라는 식이다. 수사기관에서 조차 관련이 없다는 구단까지도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다.

이른바 '카더라통신'이다.

정확한 근거가 부족한 소문을 추측성으로 사실처럼 전달한다. 그런 소문을 의도적으로 퍼트리기도 한다. 억측 또는 소문에 해당한다.

'카더라통신'은 정보출처의 신빙성 자체가 떨어지거나 아예 정보 출처가 불명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관계자', '아는 사람', '잡지', '언젠가 본 신문기사', '예전에 본 방송내용' 등을 출처로 제시한다. 정확한 이름이나 신문과 방송사 등을 적시하지 않는 모호한 출처를 사용, 나름의 신빙성을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처럼 모호한 근거를 제시하는 '카더라'가 일반에 퍼지면 이를 접하는 대중들은 상식적 또는 경험적 추론으로 그럴 개연성이 높다는 생각을 하고 사실로 받아 들인다. 물론 추후에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억측인 경우가 많다.

'아니면 말고'식이다. 이로인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이 부지기수다. 피해 당사자가 큰 상처를 받게 되고, 그 상처는 지울 수 없는 평생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생각없이 던진 한마디 말이 한 사람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 '카더라통신'의 폐해인 것이다.

지난 주말부터 충북지역 정가는 호사가들의 입방아로 후끈하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올라온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 성매수 의혹'이란 제목의 글 때문이다. 후보측은 즉각 충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블로그에 올린 글이지만 '카더라통신' 수준이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경우 후보자 개인의 심각한 명예훼손은 물론 선거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찰의 신속한 수사가 요구되는 이유다. '카더라통신'이 위력을 보이는 선거철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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