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소설 '상도(商道)'
다시 생각하는 소설 '상도(商道)'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03.11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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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총선이 이제 한달 남았다. 뛰어난 인물을 뽑거나 그렇게 뽑힌 인물을 우리는 선량(選良)이라고 한다. 흔히 국회의원을 선량이라고 부른다. 지금 각 후보진영은 선량이 되기 위해서 치열한 선거운동을 한다. 그 치열함은 99%의 후보들에게 당선을 위해 거짓말을 하게 한다. 아니라고 부인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의 고질병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고의적이고 조작적인 거짓말이라고 인식한다. 속임수다.

자신들을 선량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와의 약속과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계속한다. 그렇듯하게 포장해서 국민을 속인다. 대부분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대해 책임도 지지 않는다. 책임을 져야 하는 위기에 몰리면 회피성 발언으로 본질을 호도한다. 그러면서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불특정 다수를 판다.

당선을 위해 할 수 있는 거짓말을 다하고도 당선된 후에도 또 거짓말을 서슴없이 한다. 속임수로 얻은 선량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그런다. 이런 행태가 이제 버릇처럼 굳어져 죄의식 조차 느끼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일반 국민들의 삶에서 '거짓말쟁이'는 커다란 욕이고 모욕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해서라도 위기를 모면하지 못하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상당수 정치인들이 궁지에 몰리면 "기억이 없다"는 말로 얼렁뚱땅 넘어간다. 거짓말하면 망신을 당한다는게 일반인의 인식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망신을 당할지언정 선량의 지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망신을 얼마든지 당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왜냐면 그렇게 직을 유지하고 다음선거에서 또 거짓말을 해서라도 당선되면 그만이니까.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의 총선후보 공천과정에서 그동안의 거짓말이 탄로나는 예비후보들이 속출하고 있다. 실례로 돈을 받았다고 공격하면 처음에는 안받았다고 버티다가 증거가 나오면 이번에는 대가성이 아니라고 별별 핑계를 대며 빠져나간다. 지금 총선후보들의 상당수가 이렇다. 거짓말 투성이인 것이다.

왜그럴까. 과욕에 도(道)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최인호의 소설 '상도(商道)'가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이 소설은 조선 후기 무역상 임상옥이 주인공이다. 임상옥의 굴곡진 생의 역사에서 진정한 상업의 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죽기 직전 자신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한 임상옥의 유언,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참뜻을 전한다.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소설 상도는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이익 챙기기에만 골몰하는 세태에 경종을 울렸다.

이 소설 주인공 임상옥이 가졌다는 '계영배(戒盈杯)'얘기가 재밌다. '술이 어느 정도 채워지면 옆으로 흘러내리게 돼 있는 술잔'인데 '넘치는 것보다 조금 모자람이 좋다'는 절제의 교훈을 준다.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계영배는 절주배(節酒杯)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왕실의 진상품을 만들었던 도공 우명옥이 스승이 만들지 못한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어 명성을 얻어 유명해진 후 방탕한 생활로 재물을 모두 탕진한 뒤 잘못을 뉘우치고 스승에게 돌아와 만든 것이 계영배다. 이를 거상 임상옥이 소유하게 됐고 계영배의 내력을 잘아는 임상옥은 그 잔을 늘 옆에 두고 끝없이 솟구치는 욕심을 다스리면서 큰 재산을 모았다.

잔의 70% 이상 술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리도록 해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 계영배는 '상도(商道)'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고 진정한 이윤은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신용을 얻는 것이라는 교훈을 준다. 총선이 끝나면 대선이 이어진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치수준이 꽤나 높아졌다. 그런데도 아직도 많은 정치인들이 속이 들여다보이는 뻔한 거짓말로 욕심을 채우려 한다. 그들에게 '계영배'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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