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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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3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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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꽃을

꽃을 뭐 중뿔나게 볼 것 없이

밤새 안녕하셨는겨

아침은 자셨는겨 하고 물어볼 일이다

사람처럼

사람 사는 일처럼

광속보다 빠른

빠르기로 따지면 눈깜짝할 사이에

피어버린,

행여 초고속으로 돌려 찍어 보란 듯

피어오르게 하지 말고

느리기로 따지면 몸서리나게

악물었다고

기다리고 기다렸다가

세상이 열리듯 느리게 피어나는

아침에 꽃을 보자

세상이 이렇게 열렸음을 보여주는

팔벌림이여

시동인지 '엽서詩'중에서

<김병기 시인의 감상노트>
아침에 산다는 건, 바르게 산다는 거다. 밝게 산다는 거다. 낮게 산다는 거다. 느리게 산다는 거다. 만나는 아침의 꽃들에게는 이렇게 인사를 해야 한다. "밤새 안녕하셨는겨, 아침은 자셨는겨" 이슬 마르지 않은 아침의 꽃잎에게 이렇게 인사를 해야 한다. "어제는 꼴값을 떨었심더, 오늘은 밥값을 좀 해야 겠심더" 아침을 여는 해님에게 큰 절 올리고, 햇살을 살로 모시는 세상의 꽃들에게 깊은 인사를 나눠야 한다. 절도 없이 아침에 사는 건 외로운 일. 손을 포개는 일이 아침의 길로 나서는 일. "그대가 무지 반갑구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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