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우리가 헤어지면서 뿌리
한 개씩 나누어 가진 것이
사실 무슨 죄가 되랴
너는 나의 나무
나는 너의 나무
우리는 만날 수 없었다
표면에서는
어제는 황사와 돌풍
오늘은 거짓말 같은 단비
그리고 햇살의 묘약
갑자기 네 속의 나의 나무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내 속의 너의 것은 아직도
틀림없다
오래 전 나의 땅 속 깊이 구겨 넣은
뿌리 하나가 이렇게
천치같이
장수하다니
※ 인연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먼 곳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릅니다. 작은 낱알로 시작된 생명이 시간의 궤적 속에서 너가 되고 내가 되어 자라났을 뿐입니다. 바람결에 날아와 벼랑에 뿌리내린 생명도 의미있는 우연이고 보면 '지금 여기'가 억겁의 자리입니다. 생명이 돋아나는 이 봄, 관념의 표피를 걷어내고 우주와 맞닿아 있는 나를 응시해 볼 때입니다.
저작권자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