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가 이래서야
'국립'암센터가 이래서야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03.0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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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우리나라에서 암에 대한 구체적 접근이 시작되기도 전인 1971년 미국은 이미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국가 암법'을 만들었다.

리챠드 닉슨이 대통령이었을 때다. 당시 닉슨은 미국독립 200주년이 되는 76년까지 암을 완치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일본 또한 83년부터 93년까지 '암극복 10개년 계획'을 추진한 후 10년 단위의 정복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보다는 25년, 일본보다는 13년 늦었지만 96년부터 '암정복 10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암정복에 나섰다. 지금은 2006부터 2015년까지 2차 10개년 계획을 시행하는 중이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대한민국은 10개년 계획 추진을 위해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암정복은 요원하다. 우리 국민을 포함한 세계인들은 아직도 암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지금도 암 확진은 곧 죽음이라는 등식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과정속에서 우리나라는 '암정복 10개년 계획' 일환으로 지난 2000년 정부출연으로 국립암센터를 설립했다.

취지는 국민 4명중 1명이 사망하고 있는 암은 모든 인류에게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질환의 하나이며, 이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이를 정복하기 위한 예방·연구·진료 활동을 국가적으로 펼치자는 것이었다.

국립암센터는 설립 이후 암 연구 수행 및 지원, 암환자 진료, 국가암관리사업 지원, 암전문가 교육훈련 등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의 암 부담을 줄여왔다. 또한 암관리정책 개발, 국내 암연구 진흥, 국내 암전문 의료기관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을 통해 제2기 '암정복 10개년 계획'의 추진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설립취지라면 국립암센터는 제2, 제3의 센터를 설치해도 좋다. 국민들의 암 부담을 해소하겠다면 암센터는 많을 수록 좋은 것이다. 더욱이 현재의 암센터 직원은 지난해 9월 기준 1118명이며, 이들의 평균연봉은 6411만1000원이다. 결코 작은 집단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 2010년 기준 총수익은 2611억1600만원에 총비용은 2457억8900만원으로 153억27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흑자를 보는 정부 출연기관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국립암센터는 수치상으로 보면 흑자다. 물론 감가상각과 초기 투자비용이 있지만 정부 출연기관은 수익보다는 국민을 우선한다는 점을 감안할때 투자비용은 따질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가능한한 국립암센터를 전국 각 시·도에 1개씩 설치해도 좋은 것이다.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암 정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충북 오송과 대구를 놓고 저울질하다 분원 설치 백지화를 선언한 정부의 처사는 그저 실소를 금할길 없다. 국민 암정복을 위한 10개년 계획의 한 부분인 국립암센터가 고작 수지타산 맞추기에 급급해서야 되겠는가. 차라리 서울대 등 각 국립대병원을 비롯한 삼성, 아산 등 대형의료재단에 연구비를 대폭 지원받는 편이 효율적이지 않나. 굳이 국립암센터를 만들어 골치 아프게 수지타산을 맞추려 동동거릴 필요가 있는가 말이다. 그러나 정부 출연의 암센터 발전을 통해 국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겠다는 것이 존립 당위성이라면 이래서는 안된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왜 만들었는가. 그저 지자체가 돈이나 벌어먹으라고 만든 것인가. 조성하기로 했으면 시너지효과를 최대한 이끌어야 하지 않겠는가. 분원 백지화가 심증은 가지만 정치적인 논리라고 얘기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그동안 사사건건 발목이 잡힌 충청권 국책사업의 예로 볼때 이번에도 왠지 찝찔하다. 국립암센터가 이처럼 치졸한 꼼수로 운영된다면 암 정복은 요원할지도 모른다. 국민들을 암 공포속에 버려둔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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