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2.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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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이 상 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은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 대한민국 아빠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새벽에 뛰쳐나가 어둠을 밟고 돌아가길 여러 해건만 생활은 여전히 고단합니다.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며 밖에서 서성이는 동안 훌쩍 자란 아들은 키만큼이나 아빠와 멀어져 있습니다. 문득 돌아보니 숨가쁘게 달려온 그 길도 별스럽지 않은데 말입니다. 오늘은 어둠을 내려놓고 일찍 집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솜털 송송난 아들과 사랑스런 아내와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달그락 달그락, 간을 맞춰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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