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親朴)의 희생
친박(親朴)의 희생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2.02.2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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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취재1팀장(부국장)

◇ 정치권이 4월 총선의 '금배지 고지'를 향해 권력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요즘, 거꾸로 '권력 내려놓기'를 연습중인 국회의원이 있다.

지난 1995년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출발, 2000년부터 평택에서 내리 3선 고지에 오른 민주통합당 정장선 의원(54). 그는 18대 국회 초반 지식경제위원장으로 고성과 파행, 정쟁이 없는 '3무 우수상임위'를 만들었고, 6년 연속 국정감사 우수의원, '거짓말 안하는 정치인 베스트 5', 전국소상공인연합회 선정 2년 연속 최우수 의원상 수상 등 다양한 정치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FTA 합의처리가 무산되고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투척하는 순간, 정치에 환멸을 느꼈고 대신 국민에 사죄하며 민주당 의원 중 처음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미 FTA의 찬반을 떠나 그의 정치적 소신과 행동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그는 불출마 후 권력 내려놓기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버스 요금을 내야 하는 순간, 버스 요금이 헷갈렸고, 공항에서 해외 나갈 땐 직접 수속을 해 보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특권'과의 작별이 솔직히 두려웠다고 한다.

◇ 지난주 15일에는 올해로 가수 생활 54년째인 패티김의 '은퇴' 공식 발표 기자회견이 있었다.

그녀는 "내년이면 55주년이 되는데, 보시다시피 건강하고 노래도 멋지게 잘할 수 있지만 팬들 앞에 영원히 멋있는 패티김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오랜시간 고민한 지금이 가장 적절한 때라고 생각했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무리를 어떻게 하는가를 10년 전부터 고민해 왔다. 오늘 은퇴 선언을 하는 자리 때문에 어젯밤 정말 흥분되더라. 오늘 아침에는 긴장돼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패티김은 지난 1958년 8월 스무살의 나이로 미군 무대에서 데뷔, 54년간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명 히트곡을 남겼다. '서울의 찬가', '이별', '초우', '서울의 모정',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등의 노래로 인기를 받았으며'이별'이라는 제목으로 오는 6월 2일 투어를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인기를 떠나 '아름다운 은퇴'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 이번주부터 19대 총선 본선 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공천경쟁이 본격화됐다.

특히 충북 지역 선거구도상 민주통합당 보다 새누리당 공천경쟁에 관심이 쏠린다. 후보자간의 경쟁이 치열한 탓도 있고, 친박 친이라는 계파가 존재하는 이유도 있다.

그러면서 아쉬운 것은 지금 당명까지 교체하고 비상상황인 새누리당 후보들의 희생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박근혜 비대위원장부터 자기희생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이번 총선에서 충북지역 친박들의 용퇴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충북에서 총선을 준비하는 자칭타칭 친박인사를 꼽자면 정우택(상당), 윤경식(흥덕갑), 김준환(흥덕을), 송광호 엄태영(이상 제천), 경대수 김영호(이상 중부4군), 박덕흠(남부3군), 이승훈(청원) 등이다. 충주를 제외하면 모두 친박계 후보가 난립한 상황에서 전지역구에서 친박 후보를 이번 선거에 내세우겠다는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정장선 의원의 '특권과의 작별'이나 패티김의 '아름다운 은퇴'를 이번 충북선거판에서 찾는 것은 무리일까 더욱이 정치판에서는 지금 하나를 포기하면 더 큰 것을 얻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긴 안목에서 정치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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