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바닷가에서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2.16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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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사는 게 가파르지 않다면, 사는 게 어둡지 않다면, 사는 게 외롭지 않다면 평화도 평화로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제 빛을 다 소진하고서야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 더 아름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힘들고 지칠 때 기댈 곳 있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고요한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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