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15>
궁보무사 <115>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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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는 단도로 자기 가슴을 푹 찔러버렸다.
소용돌이 속에서 3.

양지는 이렇게 말을 마치고는 확고한 자기 결심을 나타내 보이려는지 자기 목에다 칼을 대고 쭉 그어댔다. 어두컴컴한 밤임에도 예리한 칼로 쭉 그어진 그의 목에서는 붉은 선혈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게 또렷이 보였다.

“으, 으악! 아, 아이고! 아가씨! 왜, 왜 그래요?”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제가 이렇게 빕니다요.”

사내들이 또다시 아우성을 치듯 말했다.

“더 이상 지체하지 마시고 어서 빨리 가세요. 그 황금그릇을 부용아씨께 직접 갖다드리기만 하면 여러분들은 틀림없이 큰 상을 받으실 거라고요. 자, 어서요! 빨리!”

양지가 손에 쥔 단도를 세차게 휘둘러 보이며 다시 크게 외쳤다. 그의 기세로 보아 여차하면 또다시 자기 목을 쿡 찔러버릴 것만 같았다.

사내들은 양지의 확고한 결심을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걸 마침내 깨닫고는 몹시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배에 모두 올라탔다.

“아가씨! 이런 염치없는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행운을 빌겠습니다.”

사내들이 힘차게 노를 젓자 그들을 태운 배는 서서히 미끄러지듯 미호강물 한 가운데로 쭉쭉 나아갔다. 양지는 예쁜 달빛에 반짝거리는 미호강물 위로 점점 멀어져가는 배를 지그시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악독한 성주 오근장 놈의 생X을 말끔히 불 태워버렸는데 이제 내가 뭘 더 바래.’

양지는 한숨을 길게 몰아내 쉰 다음 천천히 몸을 돌려 조금 전에 숨 가쁘게 달려왔던 길로 성큼성큼 다시 걸어갔다. 이때, 횃불을 들고 삼삼오오 짝지어 걸어가던 팔결성 병사들이 양지를 발견하자마자 크게 외쳤다.

“멈춰라! 너는 누구냐?”

“나? 내가 바로 너희들이 애써 찾고 있는 사람이다.”

양지가 아주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뭣이라고?”

팔결성 병사들은 깜짝 놀라 칼과 창을 양지에게 겨누었다.

“아, 그럴 필요 없다. 자, 내 몸뚱이를 아낌없이 내어줄 터이니 너희들 마음대로 가져가서 상(賞)을 받으려무나.”

양지는 싸늘한 미소를 살짝 머금은 채 이렇게 말하고 나더니 손에 쥐고 있던 단도로 자기 가슴을 푹 찔러버렸다. 그러자 칼에 찔린 그의 가슴에서 한줄기 시뻘건 선혈이 쭉 솟구쳐 튀어나왔다.

“아앗!”

“저, 저런!”

양지를 향해 날카로운 칼과 창을 겨누고 있던 팔결성 병사들이 순간 깜짝 놀라 외쳤다.

곧이어 양지의 몸은 썩은 나무 쓰러지듯 앞으로 푹 고꾸라지고 말았다.

팔결성 병사들이 후다닥 달려들어 양지의 코끝에다 손가락을 살짝 갖다 대 보았다.

“이, 이런……. 죽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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