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라는 허약한 장치
거짓말이라는 허약한 장치
  • 김태종 <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 승인 2012.02.1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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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태종 <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요즘도 이따금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말을 들을 때면 참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하던 놀이는 모든 것이 생명과 삶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의 놀이에 장사꾼이 끼어들더니, 이제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상업주의의 노리개가 되어 그 안에서 꼭두각시처럼 춤추게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요즘에도 숨바꼭질이라는 소박한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눈물겨운 '소식'이기도 합니다.

오늘 나는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참입니다. 그런데 거짓말 이야기로 입을 떼려는데 숨바꼭질이 떠올랐고, 아직도 그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말을 엊그제 들었습니다. 거짓말 이야기를 하려는데 숨바꼭질이 떠오른 것은 감추고 숨기려는 것과 그것을 찾아내려는 몸짓, 마침내 찾아내어 있는 곳을 들킨 아이가 다시 술래가 되는 이 놀이에 거짓말과 그것이 밝혀졌을 때의 상황을 담고 있는 까닭은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짓말', 그건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말도 수없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살면서 참 엄청나게도 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았고, 거짓말 하는 사람도 또 그 이상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도대체 거짓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게 되었고, 이렇게 이에 대해 말도 하고 글도 쓸 수 있을만큼은 알게도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거짓말은 허약한 사람의 비겁한 무기입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심리상태는 불안하고 불안정합니다. 무엇엔가 주눅들어 있고, 자기표현도 직접적이지 않습니다. 이와는 좀 다른 경우도 있는데, 자신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 하는 거짓말로, 야비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보게 됩니다.

결국 거짓말은 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설익은 인격에서 나오는 왜곡된 자기표현이라는 것, 그러므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보거나, 자신이 거짓말을 하려 할 때 알아차려야 할 것은 '해서는 안 될 짓을 한다'고 생각하여 비난할 일이 아니라, 그 아프고 허약한 데가 어딘지를 살펴 그것을 감싸 줄 필요가 있다는 것, 그렇다고 이게 거짓말을 덮어주자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그 사람의 거짓말이 나오게 되는 깊은 의식의 층을 감싸고 녹여 줄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거짓말 때문에 입게 되는 피해를 헤아리면 거짓말한 사람이 미울 수도 있지만, 좀 더 살피면 언제나 속는 것은 최종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속는 것, 그러니 그런 경우라도 남을 미어할 일이 아니라는 점도 이쯤에서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거짓말의 반대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 어떤 것은 틀림없는 사실을 말하는 데도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거짓말일 수도 있고, 전혀 사실이 아닌 걸 말하는 데도 거짓말이 아닌 경우가 있다는 점은 모를 이가 없을 것입니다.

거짓말의 반대말은 사실이 아니라 '참말'이라는 것을 알고 살면 삶이 그만큼 부드러워질 것입니다. 거짓말에서 훌쩍 벗어나 참말을 하고 살기,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또 하나의 길임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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