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 서로 덕 좀 보며 살자
천안·아산, 서로 덕 좀 보며 살자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2.14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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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지난 7일 아산시에 큰 경사가 있었다. 충주시와 포항시를 제치고 2016년 전국체전 개최지로 결정됐다. 아산시는 대한체육회 이사회 투표에선 충주시에 밀렸지만 실사(實査) 점 수789점으로 698점의 충주를 따돌렸다. 지난달 실시한 실사 주요 항목은 경기장과 숙박·교통 시설 등이었다. 아산시는"2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이순신종합운동장을 비롯해 국제규격을 갖춘 실내수영장, 경찰교육원의 최신식 체육시설, 올해 준공되는 생활체육관 등 풍부한 체육기반 시설이 있고 연 1100만명이 방문하는 관광도시인데다 온양관광호텔 등 뛰어난 숙박시설을 갖춰 이룬 성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산시가 전국체전 개최지로 선택된 것이 아산의'우수한'체육·숙박시설 때문만이었을까. 아산의 체육시설이 40개 종목 경기를 다 수용할 수 없으며 선수단 3만명의 숙박을 아산에서 다 책임질 순 없다. 실사위원들은 아산의 제반 시설뿐 아니라 인근 도시 인프라까지 감안했을 것이다. 천안·예산·당진·공주 등 아산에서 차로 30분 이내 거리의 모든 도시를 염두에 뒀을 것이다.

특히 아산과 맞닿은 천안시의 체육·문화·숙박 시설은 전국체전 개최지 결정에 큰 힘이 됐을 것이다. 천안종합운동장·유관순체육관은 KTX 천안아산역과 가까워 선수단 이용도 편하다. 아산시가 알게 모르게 천안의 덕을 봤을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천안서 열린 전국체전 때 아산의 덕을 봤듯이 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천안에는 호텔이 없어 VIP숙박은 아산의 관광호텔들이 맡았다.

이렇듯 두 도시는 큰 행사 때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허나 이상하게도 두 도시는 이런 서로의 도움을 드러내 놓고 인정한 적이 없다.

이번 아산의 큰 경사 때도 마찬가지다. 천안시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흔한 축하 메시지도 없었지만 내심"몇년 후 아산시 덕 좀 보겠군"하고 있을 것이다. 아산시가 언론 등에 전국체전 유치 당위성을 강조할 때도 천안 인프라까지는 내세우지 않았다. 하지만"옆에 천안시가 있어 좀 더 점수를 받겠지"하는 기대는 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내색하지 않을까. 두 도시의'불편한'과거와 현재 때문이다.

천안과 아산시는 2003년 KTX역 이름을 놓고 싸움을 치렀고 지금은 수년째 KTX역 택시영업권 문제로 티격태격이다.'아산 땅'의 KTX역사에 천안아산역 이름이 붙여진 게 유감인 아산시는 천안택시 영업을 철저히 막고 있다. 천안시는'천안땅'이 엄연히 포함돼 있는데 아산신도시라고 부를 수 없다며 천안신도시라고 부른다. 2009년엔 섣부른 한 정치인의 두 도시 통합 얘기로 또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천안·아산에는 이젠 토박이가 그리 많지 않다. 두 도시가 으르렁댈 때마다 어리둥절해하는 시민들이 많다. 경기도의 많은 도시도 시경계를 맞대고 있지만 이렇게 불편한 사이는 없다.

2년 전 천안시직장협의회와 아산시공무원노조가 만나 상호 협력을 다짐했다. 하지만 간부들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두 시장 때문일까. 당선된 지 1년 반 이상 흘렀는데 아직껏 시장들이 만나 두 도시 협력을 논의한 적이 없다. 천안시는 평택·진천 등 다른 광역단체 시·군들과 협력 모색은 했지만 아산시엔 시도조차 않는다.

왜 이렇게 살까. 시민들은 궁금하다.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자. 천안시는 내년 천안국제웰빙엑스포를 열고, 아산시는 온천의료관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잘 되면 배 아픈 이웃이 아니라 서로 덕 보는 이웃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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