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미생물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
식물과 미생물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
  •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2.02.14 2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움직이지 않고도 혼자의 힘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나무들은 잘 알려져 있듯이 뿌리에서 빨아올리는 물과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하여 햇빛에너지로 광합성을 함으로써 성장합니다. 이밖에도 식물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질소 화합물인 단백질 등을 합성하여야 합니다. 물과 이산화탄소에는 질소 성분이 없는데 식물들은 어떻게 질소 성분을 얻을 수 있을까요? 뿌리를 통해서 흙 속의 질소 성분을 흡수할 수도 있겠지만, 질소 성분이 아주 희박한 지역에서는 어떻게 질소 성분을 얻을 수 있을까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나무들은 대부분 뿌리 주변에 있는 미생물의 도움으로 공기 중 질소를 고정화하고 뿌리로 흡수하여 생활합니다. 즉 미생물과 식물이 타협하여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기 중 질소를 공급받는 대가로 나무들은 미생물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나무와 미생물이 공생하는 대표적인 예로 오리나무와 보리수나무를 들 수 있는데, 이 외에도 현재까지 220여 종의 나무가 미생물과 공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리나무나 보리수나무에 공생하는 대표적인 미생물은 프랜키아(Frankia)입니다. 프랜키아라는 미생물은 식물의 종류에 따라서 각각 다른 종류의 특이한 미생물이 공생하고 있습니다. 즉 오리나무의 프랜키아와 보리수나무의 프랜키아는 서로 다른 종류로 알려져서 공생하는 식물의 종류에 따라 선택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종의 선택성은 상당히 재미있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수백 년 동안 보리수나무가 자라지 않던 지역에 보리수나무 묘목을 심으면, 보리수나무와 연계된 프랜키아가 존재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데도 나중에는 프랜키아 미생물이 자라서 식물 뿌리에 뿌리혹을 만들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보리수나무의 프랜키아가 죽지 않고 흙 속에 살아 있다가 보리수나무를 심었을 때 비로소 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수백 년 동안 프랜키아 미생물이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 있는지는 현대과학으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콩과식물의 뿌리혹박테리아(Rhizobium)가 프랜키아와 비슷하게 콩과식물의 뿌리에 혹을 만들고 공생하면서 공기 중 질소를 고정하여 식물체의 성장을 돕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콩과식물이나 나무 이외에도 식물의 성장을 돕는 미생물이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를 식물 생장촉진 뿌리박테리아(PGPR Plant Growth Promoting Rhizobacteria)라 명명하고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미생물로 페니바실루스 폴리믹사(Paenibacillus polymyxa)를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생물은 공기 중 질소 고정은 물론이고 식물 성장호르몬, 병해충 방제 항생제 등 식물에 유익한 여러 가지 물질을 생산하여 식물의 성장을 돕습니다. 하지만 프랜키아나 콩과식물의 뿌리혹박테리아와는 달리 식물체는 식물 생장촉진 뿌리박테리아가 없더라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습니다.

미생물에 비해 식물 유전체가 아직 많이 밝혀지지 않아서 미생물과 식물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조만간 식물 유전체의 대량 분석이 가능해지면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는 흥미로운 분야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