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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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희진 <한국문인협회 음성군지부장>
  • 승인 2012.02.1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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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강희진 <한국문인협회 음성군지부장>

재학생들한테는 신학기가 시작 된 셈이다. 이미 반을 나누고 담임선생님까지 결정되었다는 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이맘때면 아이와 함께 나도 긴장을 한다. 신학기를 시작하면서 좋아하는 선생님과 1년을 보내는 행운을 바라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는 들뜬 목소리로 존경하는 선생님이 담임이 되었다 했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다. 일곱 남매를 키우시면서 자신의 뒤를 이어 교직에 종사할 사람이 없다며 서운해 하셨다. 그런데 내가 이런저런 연유로 강의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얼마 전부터 중학교 방과 후 글쓰기 강의를 나가고 내 전공을 살려 요양보호사교육원에서 사회복지 파트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 외에 소비자고발센터 상담원의 경험으로 소비자교육 강의를 가끔 나가기도 한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남들 앞에서 말로 지식을 전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강의를 나갔다 올 때마다 실감한다.

강의를 준비할 때도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어린 학생에서부터 때로는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다양한 사람에게 강의를 해야 하기에 가끔은 중학생들한테 가서 "선생님들 이해하셨어요"하는 멘트를 날려 아이들을 자지러지게 하기도 한다. 특히 강의 대상자와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의 호응도에 따라 그날의 강의를 명 강의로 만들기도 하고 다시는 강의를 하고 싶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아버지는 평생을 교단에 서면서 행복하셨을까? 요즘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선생님 골려먹기'동영상이 화제다. 실시간으로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을 놀려먹은 영상이 전파되고 선생님이 칠판에서 판서를 하는 동안 뒤에서 아이들이 집단으로 춤을 추고 선생님이 뒤돌아서면 움직이지 않고 그렇게 하기를 내내 되풀이하고 있었다.

또 교무실에서 선생님을 때려 전치 8주의 진단이 나오게 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12년째 교편에 몸담고 있는 한 선생님은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욕을 하거나 교실에서 침을 뱉고 여자선생님들에게 대드는 행위가 너무 많아 수업 들어가기가 겁이 난다는 말을 했다.

진보적 교육감이 등장하면서 학생인권보호에 초점을 맞추니 교권침해의 문제가 불거진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어찌 됐든 가르치는 아이들이 무섭고 걸핏하면 전화를 걸어오는 학부모 때문에 자괴감이 들어 명예퇴직을 신청한 선생님들이 대거 늘어났다고 하니 뭐라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그리고 선생님 '안티 카페'가 있어 학생들끼리 자기 선생님에 대해 욕을 신랄하게 한다고 하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와는 전혀 동떨어진 풍조가 슬퍼진다. 선생님들이 신명나게 다닐 수 있는 학교가 그립다는 말에 정말 뭐라 할 말을 잃는다. 물론 모든 잘못이 학생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격 없는 선생님들이 많이 있음도 우리는 듣고 겪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선생님들보다는 학생들의 행동이 더 위험수위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이 주제로 토론회를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학생들의 자율권과 선생님들의 권위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릴 수 있는 결론도 어정쩡 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에 계신 아버지가 이런 사실을 아신다면, 아서라 선생 하지 마라 하실지 아니면 진정한 스승에 대한 해답을 주실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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