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과 법
야생동물과 법
  • 김성식 기자
  • 승인 2012.01.3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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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프리랜서>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가 늘면서 농민들로부터 자주 듣는 원성이 있다. 피해를 입히는 동물을 눈 앞에 두고도 마음대로 잡을 수 없으니 복장 터진다는 불만이다. 현행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심정 모르는 바 아니다.

온갖 정성 들여 가꿔놓은 작물들을 하루 아침에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동물들을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으려니 복장이 왜 안 터지겠는가. 그러나 어쩌랴.

현행 야생동식물보호법 시행규칙에는 유해야생동물이 엄연히 명시돼 있다. 장기간에 걸쳐 무리를 지어 농작물 또는 과수에 피해 주는 참새, 까치, 어치, 직박구리, 까마귀 등과 국부적으로 서식밀도가 과밀하여 농ㆍ림ㆍ수산업에 피해 주는 꿩, 멧비둘기, 고라니, 멧돼지, 청설모, 두더지, 쥐류 및 오리류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동물들은 말이 유해야생동물일뿐 누구든지 함부로 잡아선 안 된다. 잡으려면 포획허가를 얻어야 한다. 참새와 까치는 물론 심지어 쥐까지도 허가를 얻어야 잡을 수 있다. 분묘를 파헤치고 있는 멧돼지도 허가가 있어야 잡을 수 있다. 그것도 마구잡이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법이 허용한 방법으로 허가받은 수만큼만 잡아야 한다.

이게 법이다. 현행 야생동식물보호법은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는 인정하되 정작 그 원인이 되는 야생동물을 보호 관리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제아무리 유해야생동물이라 할지라도 포획 외에는 다른 피해억제 방법이 없거나 이를 실행하기 곤란할 때 포획허가를 내주도록 하고 허가를 얻은 자는 생명의 존엄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포획하도록 규정한 것만 봐도 그렇다.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동물도 이럴진대 다른 동물은 어떻겠는가. 말 그대로 새 한 마리, 쥐 한 마리도 함부로 못 잡게 규정해 놓은 것이 우리나라 야생동식물보호법이요 대표적인 규정이 포획금지 야생동물 조항이다.

이 조항에 의하면 거의 모든 박쥐류와 쥐과 동물은 물론 고슴도치, 두더지, 멧토끼, 청설모, 다람쥐, 너구리, 오소리, 족제비, 멧돼지, 노루, 고라니 등 64종의 포유류가 포획금지 야생동물에 포함돼 있다. 또한 백로, 왜가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꿩, 들꿩, 메추라기, 멧비둘기, 제비, 할미새, 직박구리, 때까치, 개개비, 딱새, 박새, 멧새, 참새, 꾀꼬리, 까마귀, 까치, 어치 등 396종의 조류가 포함돼 있다. 이밖에도 도롱뇽, 두꺼비, 각종 산개구리 등 10종의 양서류와 자라, 도마뱀, 무자치, 유혈목이 등 16종의 파충류가 포함돼 있다.

이들 대부분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자 친근한 동물이다. 개중에는 유해야생동물과 겹치는 종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많은 동물들이 포획금지 야생동물로 규정돼 있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단속해야 하는 공무원들도 모르긴 마찬가지다. 벌칙이 매우 엄한 사실도 잘 모르고 있다.

먹는 것이 금지되는 야생동물이 있다는 것도 잘 모르긴 매한가지다. 멸종위기야생동물 중 13종과 멧토끼, 오소리, 너구리, 멧돼지,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한국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자라, 유혈목이 등 19종이 지정돼 있다. 밀렵 얘기만 나오면 거론되던 동물들이다.

오는 7월 29일부터는 야생동식물보호법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새롭게 시행된다.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은 상습밀렵자에 대한 벌칙이 대폭 강화된 점이다. 앞으로 상습밀렵자에 대해서는 선택의 여지없이 7~3년 이하의 징역형만 부과된다. 고질적인 밀렵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다.

겨울철만 되면 막무가내로 총질하고 올무와 덫을 놓는 이들에 대한 경고요 최고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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