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관심은 간섭이다
지나친 관심은 간섭이다
  • 박병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1.1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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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칼럼니스트>

이웃에 부부싸움하다 이혼 직전까지 간 부부가 있다. 한 두 번이 아니다. 주기적인 행사다.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사소한 문제로 말다툼하다가 종국에는 이혼직전까지 가곤 한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지나친 관심이 시발점이 되곤 한다.

이들 부부의 특징을 보면 이렇다. 남편이 부인을 너무 사랑한다. 남편이 부인과 잠시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는다. 그림자처럼 옆에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챙겨준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먹어보라고, 날씨가 추우면 옷 더 입으라고, 등산하다 힘들어 보이면 쉬어 가라고 음료수 먹으라고 챙긴다. 외형상 분명 관심이고 배려인 듯 한데 부인은 늘 이런 남편이 못마땅하다. 왜 그럴까. '사자와 소의 사랑' 이야기에서 답을 찾아볼까한다.

서로를 너무나 사랑한 '사자와 소'가 있었다. 상대방을 위하는 배려심도 남달랐다. 둘은 결혼했다. 행복했다. 소는 매일 맛있는 풀을 뜯어다가 사자에게 정성을 다해 바쳤다. 사자는 소의 정성을 봐서 맛있게 풀을 먹었다. 사자 또한 매일 맛있는 고기를 잡아다 소에게 바쳤다. 소 또한 사자의 정성을 봐서 맛있게 고기를 먹었다. 둘은 날이 갈수록 먹는 것이 힘들어졌다. 소는 초식동물이라 고기가 아닌 풀을 좋아하고, 사자는 육식동물이라 풀이 아닌 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결국 둘은 사랑했지만 헤어졌다. 헤어지면서 서로에게 한말은 '내가 얼마나 참은 줄 알아.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각자는 상대방이 아닌 자신의 식성에 맞는 음식을 대접했다. 소는 소의 눈으로 사자는 사자의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배려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존중과 배려는 내 생각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과 입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한다.

지천명의 나이인 50대, 퇴직 등 이런 저런 이유로 외부세계보다 가정, 가족들에게 집착하는 경향이 커지는 세대다. 가족들과 자주 접하다 보니 어색한 것, 못 마땅한 것 또한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여 '넌 왜 그 모양이냐. 그 것도 제대로 못하느냐'며 '이래라. 저래라' 등 잔소리도 많아진다. 나름대로는 그것이 가족에 대한 관심이고 도리요 책임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간과한 것이 있다. 지나친 관심은 간섭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상대방이 공감하지 않는 지나친 관심은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 앞에서 언급한 부부처럼, 그것이 아무리 옳은 것일지라도. 상대방에게 스트레스와 상처가 될 수 있고,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가족들에게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를. '소와 사자' 같은 가족 사랑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면 바꿔야 한다. 자신의 잣대로 가족들의 언행을 사사건건 간섭하며 변화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한 가족 사랑이 아니다. 처자식도 독립된 개체다. 나와 다른 생각, 언행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가족으로서 공유해야할 핵심가치는 있어야 한다. 살아가는 방식까지 강요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나이 들어 갈수록 도덕선생 같은 잔소리, 관심표명보다 때론 침묵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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