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치는 시대
뒤통수 치는 시대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01.15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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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뒤통수를 때려야 살 수 있는 세상이 요즘인 것 같다. '뒤통수를 때리다'는 '믿음과 의리를 저버리다'는 뜻으로 쓰이는 관용구다. 인간이 해서는 안 될 행위인데도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먼저 때려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만큼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까지 이중적 기질과 잣대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뒤통수를 때려놓고도 그것이 배신행위인지 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나는 잘했는데 너 때문에, 내가 떠나는 것은 너 때문에 등등. 조금도 내 잘못은 없다. 내가 노력해서 변화시켜 보겠다는 의지도 전혀 없다. 내가 조금 피해를 보고 불이익을 당하면 역지사지(易地思之)도 없이 상대를 탓하며 미련없이 뒤통수를 때린다.

지금 사회가 온통 그렇다. 오죽하면 상대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마케팅기법이 판을 치고 있을까.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다. 상품의 품질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상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각종 이슈를 요란스럽게 치장해 구설수에 오르도록 하거나, 화젯거리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현혹시켜 판매고를 늘리는 마케팅 기법을 말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영향이든 부정적인 영향이든 상관없이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기심만을 부추겨 판매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비판을 받을지라도 상품만 잘 팔리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뒤통수를 쳐서 이득을 보는 노이즈마케팅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신의와 믿음 그리고 도리(道理)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는 기법이다.

그럼에도 이를 응용하거나 적용하는 사례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로 떠들썩했던 신정아씨의 책이 그렇고 최근 불거진 원로 영화배우 신성일의 '불륜' 논란 관련 출판 역시 그렇다. 정치판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충북의 한 정치인이 "욕하는 것이든 칭찬하는 것이든 언론에 나기만 하면 좋은 것이다"고 말했듯이 본인의 부음기사만 아니면 무조건 언론에 나는 게 좋다는 정치인들은 무수히 많다. 소위 정치 노이즈마케팅인 것이다.

그러나 정치 노이즈마케팅은 인지도 제고에 일시적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결국 다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잃고, 정치혐오감까지 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노이즈마케팅은 결국 상대방의 뒤통수를 때려야 성공하는 것이다. 노이즈마케팅 과정은 뒤통수를 치기 위해 펼쳐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기법이다. 그런데도 이 기법이 먹히는 사회가 요즘 시대다.

왜 그럴까. 최소한의 인간 도리마저 상실했기 때문이다. 원초적인 욕구에 매달리지 말고 마땅히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될 것을 가려 살아가는 것이 인간적 도리다. 이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道)는 육신의 명이 다하는 날까지 가야 하는 삶의 길을 말하며, 리(理)는 육신 속에 깃들어 있는 사람의 마음을 이르는 것이다. 이런 양심으로 통제하고 절제하는 이성(理性)을 가진 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곧 도리를 지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성이 파괴된 이 시대에 완벽한 인간의 도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최소한'의 도리만이라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믿음과 신의를 저버리고 배신을 밥 먹듯이 한다. 물론 죄의식도 없다. 뒤통수를 치고도 뻔뻔하게 남 탓을 하는 시대가 요즘인 것 같다. 오히려 뒤통수를 치기 위해 과정을 그럴듯하게 만들고 성공하면 스스로 능력자라면서 이 시대는 이래야 산다고 합리화시킨다. 노이즈마케팅이 아닌가.

교수신문도 2012년 화두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꼽았다. 사악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르라는 것인데 조그만 직장이나 개인간에도 올해는 최소한 뒤통수만은 때리지 말고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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