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면 용을 부른다.
하늘로 돌아가지 못해 세상에 남아 비와 가뭄이 된
응룡(應龍)과 발(魃).동양에서는 전설상의 동물인 용(龍)이 하늘의 조화를 부려 비를 가져온다고 믿었다. 신화에 비의 신 이름인 응룡에 용(龍)자가 들어간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물론 가뭄을 뜻하는 한자어 발(魃)이 가뭄 신으로 불린 것도 마찬가지 이치일 것이다. 중국의 신화 가운데 가뭄이 들면 용을 이용하는 이야기가 많다. 중국 평락촌에는 깨끗한 물이 솟아나는 석굴이 있다고 한다. 그 굴속에 용이 사는데, 가뭄이 계속되면 마을 사람들이 진흙투성이의 풀을 뜯어와 그 굴속에 밀어 넣는다고 한다. 그러면 화가 난 용이 곧 물을 분출시켜 그 풀을 날려 버리고 그 덕분에 물이 뿌려져 가뭄이 해갈된다고 한다. 단수(丹水)라는 지역에는 박쥐가 많이 사는 구멍 밑을 지나면 물이 괴어 늪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 속에 용이 살고 있는데, 가뭄이 들면 마을 사람들이 독초를 늪 상류에 던진다고 한다. 독초로 많은 물고기가 죽으면 용이 크게 노하면서 곧 큰비가 쏟아져 내린다고 한다.
우리네 선조들도 가뭄과 홍수는 하늘의 신들이 내리는 불가항력적인 현상으로 믿었다. 하늘황제의 아들인 해모수가 세운 나라가 부여이다. 해모수의 아들인 주몽이 세운 나라가 고구려이며, 부여는 기원후 494년에 고구려에 의해 정복되었던 나라이다. 유목민족이었던 부여족이 기원전 500년쯤에 송화강을 건너 정착을 하면서 수수를 주로 한 오곡(五穀)을 심어 농사를 짓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의 생활을 바꾸는 큰 혁명이었다. 그러나 '부여전'에 보면 물이 모자라고 가물어 오곡이 잘 익지 않는다고 기록된 것을 보면 유목에서 정착하는 농경으로 들어선 우리 선조가 가뭄으로 가장 큰 시련을 당하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때부터 가뭄이야 불가항력적인 하나님 마음(天心)이지만,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들을 다스리는 왕에서 비롯된다는 천정사상(天政思想)이 싹텄다. 즉 가뭄이 드는 것은 왕의 잘못에 대한 응징이라는 것이다. '금광명경(金光明經)'정론품(正論品)에, 국왕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 '비바람이 거세지고 성수일월(星宿日月)이 상태(常態)를 벗어나며 곡식, 화초, 과실, 종자가 제대로 익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근이 일어나고 천계에 있는 신들이 기뻐하지 않는다'고 기록된 것도 이런 사상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하여 가뭄이 들면 부여의 백성들은 그들의 지배자인 왕을 원망하였으며, 왕 스스로도 자책을 느껴 자학을 하였다. 심지어는 왕을 바꾸기도 하였고 왕을 잡아다가 하늘을 모시는 신단(神壇)앞에서 공개 처형하기도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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