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용 장관 특강과 소 값
서규용 장관 특강과 소 값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01.0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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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 서규용 농림부장관이 지난 6일 충북도 농업기술원에서 농정시책 특강을 하려다 '한미FTA 무효화'와 '서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농민 시위로 인해 당초 예정보다 1시간여 늦게 충북도 농업인회관으로 옮겨 강연을 마쳤다. 충북도내 시·군 농업담당 공무원과 농협 직원, 농업관련 기관 직원 등 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이날 특강에서 서 장관은 "국내 농업을 지속가능한 산업, 수출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는 금보다 비싼 종자를 개발하는 '골든 시드(Seed)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정부와 지자체, 농민이 힘을 합쳐 올해를 선진농업 진입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역설했다.

◇ 며칠 전 한 축산농가가 굶어죽은 소 9마리를 땅에 묻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소값은 갈수록 폭락하는데 사료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 늘어나는 빚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란다. 더 이상 사료 살 돈이 없어 자식같은 소를 굶겨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젖소 수송아지(육우)는 1만원대. 돼지 삼겹살 1인분 가격만도 못할 뿐더러 육우 양지(국거리)고기 600g이 99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 농가의 심경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우리나라 한우와 육우의 적정 마리수를 260만 마리로 보고 있으나 올해는 330만 마리로 이미 2년 전에 수요를 초과한 후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곡물가 상승으로 사료 가격은 2년 전에 비해 16.2%나 올랐다.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빚만 늘어난다는 농가의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농가에서 소는 예나 지금이나 재산목록 1호다. 기업형 농가이든 아니든 목돈이 필요할 때 해결할 수 있는 요긴한 가축이다. 농가에서 가정경제에 적신호가 들어올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최종 수단이기도 하다. 여전히 농가의 주 소득원인 소값이 이토록 폭락할 때까지 당국은 대체 뭐했는지 묻고 싶다.

소고기 수입개방으로 값싼 외국산이 밀려들어오면서 국내 소값 하락을 부추겼고 이 때문에 국내 소고기 소비가 둔화돼 가격 하락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농가는 사육마리수를 지속적으로 늘렸다. 수급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작금의 사태는 이래서 초래된 것이다. 이는 '공급과 수요의 법칙'을 제대로 모르는 초등학생들도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때문에 당국이 사전에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구사했었야 했다는 비판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럼 당국이 왜 나서지 않았을까. 의문시 된다. 해답은 지난 6일 충북에서 있었던 서규용 장관의 특강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이날 일부 농민들의 반발에도 준비한 특강을 마쳤다. 내용은 한미FTA로 인한 농민들의 상실감을 보듬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농민을 직접 상대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농업 관련 공무원과 기관 담당자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뜻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정부가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렇게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게다.

하지만 서 장관은 이날 실수했다. 최소한 정부의 농업분야 수장이라면 최근의 소값 폭락과 관련한 민심을 파악했을테고 그렇다면 변명이라도 한마디는 했어야 했다. 그러나 서 장관의 특강 중 어디에도 삼겹살 1인분 값의 송아지(육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농축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사양 산업이라고 접자는 것인가. 억만년의 세월이 흘러도 인류가 먹고 사는 식량을 비롯해 상공업의 원료까지 농축산업 없이는 안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문제는 무관심 내지 소홀함이라는 생각이다. 소값 폭락 관련 여론이 비등한 시점에서 특강에 나선 주무 장관의 비껴가기가 그렇게 비쳐졌다. 여전히 국민들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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